Page 97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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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만, 그래도 유문(儒門)에 적(籍)을 걸고 싶다면 어찌 자주 살펴

                 서 곧바로 반성하지 않습니까? 비록 그렇다고 해도 석가나 노자에 어
                 떻게 미치겠습니까?

                   형께서는 비록 이(理)를 말하고 있으나 실은 기(氣)를 주장하고 있
                 을 뿐입니다. 기의 시작과 끝이 이에 힘입음이 없고, 이의 있고 없음이

                 항상 기에게 제재를 받는 것은 기를 주장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
                 까? 천하의 이설(異說)이 비록 많았으나 특히 주기(主氣)의 한 학설만

                 은 없었거늘, 노형께서 기어코 그 수를 채우려고 하십니까?

                   무릇 여기에서 말한 바는 모두 전자에 발단하였지만 끝내지 못한
                 것이니, 곧 제가 ‘태극권 속에 본연이 온전하게 갖추어져 있다.’고 한

                 말이요, 형께서 말한 것처럼 태극이 본래 주장이 없이 동으로 가든

                 서로 가든 오직 기만 따른다는 것이 아닙니다.



                 理氣二者, 有則俱有, 元無先後之可言, 而從上聖賢之言化育流行,
                 莫不以理爲源頭。 如曰“惟皇上帝,  降衷于下民。”  曰“乾道變化,  各

                 正性命。” 曰“太極生兩儀。” 曰“誠者, 物之終始。” 不一而足, 其故何
                 哉!  老兄信以爲此二者本無主僕之勢先後之分,  而姑以名位之尊,

                 處之上頭, 若新市平林將帥之奉更始歟? 抑曰凡此所言, 皆帶氣之

                 理,  故能爲萬化之樞紐,  如漢獻帝之賴董卓而履至尊,  賴曹操而平
                 禍亂歟? 以兄理不能生氣之說觀之, 似乎上所稱者。 以兄太極帶氣

                 之說觀之,  似乎下所稱者。  而五尺之稍黠者,  必能辨其說之醜差,
                 則多爲之辨, 不亦贅乎? 雖然兄旣迷惑之甚, 不得不畧言之。 名位

                 之尊, 必有來歷, 更始姓劉也, 故雖庸懦無能, 猶得以假尊於一時。

                 理無聲色臭味,  非有勢燄氣力,  其所以尊,  徒以其樞紐萬化根柢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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