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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함축(涵蓄)되어 있고, 나는 것과 뛰는 것이 일체가 되어야 이에

                 이른바 ‘삼연’한 것입니다.
                   형께서 하신 말은 북쪽을 거꾸로 남쪽이라고 하고 관(冠)을 밟고서

                 신발로 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또한 ‘충막하면서도 삼연하
                 다.’는 것은 대개 사람들이 그 삼연(森然)을 보지 못하지만 실은 삼연을

                 말하는 것입니다. 만약 기(氣)와 합한 것이 삼연하다고 하면, 누가
                 보지 못해서 정자(程子)의 말을 기다리겠습니까? 글을 이렇게 읽었다

                 면 공부를 잘못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고금의 도술은 대개 일리(一理)를 조종(祖宗)으로 삼아 보는 곳이
                 각기 다릅니다. 인간의 만법(萬法)이 본래 완전하게 갖추어졌다고 여

                 기는 것은 실(實)한 일리이니, 우리 유가(儒家)의 학문이 이 문에서

                 들어갔으며, 인간의 만법이 본래 모두 없다고 여기는 것은 허(虛)한
                 일리이니, 석가와 노자 두 학문이 이 문에서 나왔습니다.

                   저들[釋老]이 무명(無名)을 도(道)라 하고, 인의(仁義)를 도덕의 상
                 실이라 하며, 예(禮)를 충신(忠信)의 박약이라 하고, 성공(性空)을 진

                 리라 하며, 천지일월을 환망(幻妄)이라 하고, 군신부자를 가합(假合)
                 이라 하는 것은 그것이 본래 없는 것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이쪽[儒門]


                 이 천서천질(天敍天秩)과 천명천토(天命天討) 를 천성(天性)이라고



                    천서천질(天敍天秩)과 천명천토(天命天討):‘천서(天敍)’는 군신(君臣)·부자(父
                    子)·형제(兄弟)·부부(夫婦)·붕우(朋友)의 순서이고, ‘천질(天秩)’은 존비(尊卑)·
                    귀천(貴賤)의 등급이다. ‘천명(天命)’은 하늘이 덕 있는 자에게 다섯 등급의 표창을
                    내리는 것이고, ‘천토(天討)’는 하늘이 죄가 있는 자에게 다섯 가지 형벌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서경(書經)》 〈고요모(皐陶謨)〉에 “하늘이 차례로 펴서 법을 두시니
                    우리 오전(五典)을 바로잡아 다섯 가지를 후하게 하시며, 하늘이 차례하여 예를
                    두시니 우리 오례(五禮)로부터 하여 다섯 가지를 떳떳하게 하소서. 군신이 공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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