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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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고, 곡례삼천(曲禮三千)과 경례삼백(經禮三百) 을 지리(至理)라

             고 여기며, 전전긍긍 삼가고 조심하여  감히 실추(失墜)하지 않는 것
             은 그것이 본래 있는 것이라고 알기 때문입니다.

               형께서 말한 ‘기(氣)와 합하면 만(萬)이요, 기를 떠나면 일(一)이
             다.’라는 말에서, 그 ‘일’이 무슨 ‘일’인지를 나는 모르겠습니다. ‘텅 비어

             하나의 법도 없다[空無一法]’의 존칭이 아닙니까? 형이 치마를 찢어

             발을 싸매고  사막을 달려 천축으로 가고자 한다면 내가 감히 알 바가




                을 함께하고 공손함을 합하여 마음 깊이 화합하게 하소서. 하늘이 덕이 있는 이에게
                명하시거든 다섯 가지 복식으로 다섯 가지 등급을 표창하시며, 하늘이 죄가 있는
                이를 토벌하시거든 다섯 가지 형벌로 다섯 가지 등급을 써서 징계하시어 정사에
                힘쓰고 힘쓰소서.[天敍有典, 勑我五典五惇哉, 天秩有禮, 自我五禮有庸哉. 同寅協
                恭, 和衷哉. 天命有德, 五服五章哉, 天討有罪, 五刑五用哉, 政事懋哉懋哉.]”라고
                하였다.
                곡례삼천(曲禮三千)과 경례삼백(經禮三百):‘경례(經禮)’는 기본적인 대강령을 말
                하고, ‘곡례(曲禮)’는 구체적인 소절목을 말한다. 《예기(禮記)》 〈예기(禮器)〉에
                “경례가 3백 가지요, 곡례가 3천 가지인데, 그 정신은 하나이다.[經禮三百, 曲禮三
                千, 其致一也.]”라고 하였다. 《중용장구(中庸章句)》 제27장에도 “크고 넉넉하도다.
                예의가 3백 가지요, 위의가 3천 가지로다.[優優大哉! 禮儀三百, 威儀三千.]”라는
                말이 나온다.
                전전긍긍 삼가고 조심하여:원문의 ‘전긍임리(戰兢臨履)’는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매사를 신중히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시경(詩經)》 〈소아(小雅)〉 ‘소민(小旻)’에
                “전전긍긍하여 깊은 못에 임하는 듯 살얼음을 밟은 듯이 하라.[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라고 하였다.
                치마를……싸매고:원문의 ‘열상과족(裂裳裹足)’은 먼 길을 다급하게 가느라 발의
                피로와 통증을 줄이기 위해 치마를 찢어 발을 싸맨다는 뜻이다. 《여씨춘추(呂氏春
                秋)》 권21 〈애류(愛類)〉에 “초나라의 공수반(公輸般)이 높은 구름사다리를 만들어
                송나라를 공격하려고 하자, 묵자(墨子)가 이 소식을 듣고 노(魯)나라에서 출발하여
                치마를 찢어 발을 싸매며 밤낮을 쉬지 않고 가서 열흘 만에 영(郢) 땅에 도착하였
                다.[公輸般爲高雲梯, 欲以攻宋. 墨子聞之, 自魯往, 裂裳裹足, 日夜不休, 十日十夜
                而至於郢.]”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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