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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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이 말씀으로 형을 초년에 깨우쳐 준 이가 없었단 말입니까?

               공자 대성(大聖)께서는 분명히 “태극이 양의(兩儀)를 낳는다.”라고
             하였는데, 자신은 믿지 않고 “이(理)는 기(氣)를 낳지 않는다.”라고

             하며, 주자 대현(大賢)께서는 분명히 “태극은 그 본체가 음양에 섞이지

             않음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 라고 하였는데, 자신은 믿지 않고 “태극
             은 기와 섞인 것이다.”라고 하며, 자사(子思) 아성(亞聖)께서는 분명히

             “성(誠)은 만물의 시작과 끝이다.” 라고 하였는데 자신은 믿지 않고
             “만물은 성의 시작과 끝이다.”라고 하며, 정자(程子) 대현(大賢)께서는

             분명히 말하기를 “충막무짐한 가운데 만상(萬象)이 빼곡히 갖추어져
             있다.”라고 하였는데, 자신은 믿지 않고 “기와 합하여 말하면 만상이

             삼연(森然)하다.”라고 하니, 그 가려짐이 모두 자신만을 믿고 스승을

             믿지 않은 데서 나온 것입니다.
               ‘기(氣)와 합하면 삼연하다.’는 말은 그 정상(情狀)이 매우 졸렬하

             니, 사실 기와 합하면 도리어 삼연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음의 때엔
             양이 없고 양의 때엔 음이 없으며, 솔개가 있는 곳에는 물고기가 없고

             물고기가 있는 곳에는 솔개가 없으며, 절반은 둥글고 절반은 일그러지
             며, 일곱 번 스며들고 여덟 번 새기 때문이니, 그것이 능히 삼연하겠습

             니까? 오직 그 섞이지 않는 것을 가리켜서 말하기 때문에 동과 정이




                태극은……것이다:주희의 《태극도해(太極圖解)》에 “태극은 음양과 떨어질 수 있
                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음양에 나아가서 그 본체가 음양과 섞이지 않음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太極非有以離乎陰陽,卽陰陽而指其本軆不雜乎陰陽而爲言.]”라고 하
                였다.
                성(誠)은……끝이다:《중용장구(中庸章句)》 제25장에 “성이란 사물의 시작과 끝
                이니, 성실하지 않으면 사물이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성실히 함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誠者物之終始, 不誠無物. 是故君子, 誠之爲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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