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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欲裂裳裹足, 走流沙而歸天竺, 則吾不敢知, 尙欲掛籍儒門, 則可不
屢省而亟反之哉? 雖然釋老何可及? 兄雖以理爲言, 其實主氣耳。
氣之始終, 無資於理, 理之有無, 常制於氣, 非主氣而何? 天下之
異說, 雖多, 特未有主氣一學耳, 老兄必欲充其數耶? 凡此所言,
皆前者發端而未竟者, 卽吾太極圈中本然全具之說, 非如兄之太極
本無主張, 之東之西, 惟氣是從也。
[문] 이(理)는 운용 작위가 없다고 하는데 이른바 없다는 것은 그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 묘(妙)가 없다고 한다면 이른바 이라
는 것이 만화(萬化)의 추뉴(樞紐)나 근저(根柢)가 될 수 없고, 다만
일개 흙덩이처럼 죽은 물건일 뿐입니다. 천지 사이에 변화하고 생생
하는 것을 기(氣)가 주장을 하고 이(理)는 거기에 타고 있을 뿐이며
붙어 있을 뿐입니다. 기가 동으로 가면 동으로 가고 기가 서로 가면
서로 갈 뿐이니, 성인이 무엇 때문에 “태극이 양의(兩儀)를 생한다.”
고 했겠습니까? 이른바 태극이란 것이 또한 기에 붙어서 양의를 낳
는다는 것입니까?
대개 이런 것을 알려면 형체도 없고 그림자도 없는 것을 헛되이 움켜
잡으려고 해서도 안 되고, 또 한갓 선유(先儒)들의 입술과 혀만을 믿을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인(人)과 물(物)이 생생불식(生生不息)한 데서
증험을 하면 그 묘함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인과 물의 생함이 다만 기화일 뿐이고 이(理)는 도리어 작용이
없다면, 그 기(氣)가 오르내리고 날아가서 어지럽게 뒤섞이는 것이
오르내리고 날아가서:《근사록집해(近思錄集解)》 권1 〈도체(道體)〉에 “횡거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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