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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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 한다.
이처럼 범연히 논할 때는 신원(信元)의 소견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다만 모든 ‘무(無)’ 자가 그 일이 없다는 것만을 말할
뿐이겠는가? 아니면 그 묘(妙)가 없다는 것인가? 만약 그 일이 없기
때문에 마침내 그 묘도 없다고 한다면, 천하에 어찌 근원이 없는 흐름
이 있고 뿌리가 없는 가지가 있고 체(體)가 없는 용(用)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삼라만상이 여전히 ‘유(有)’이니 어디에 이(理)의 통함이 있
단 말인가! 아, 내가 말하는 참 ‘이통(理通)’이 바로 여기에 있으니,
신원이 말하는 ‘통(通)’과 같지 않다.
동(動)은 정(靜)의 반대이나 이(理)의 묘는 간격이 없으니 동에서
떠나지 않고도 이른바 ‘정’이란 것이 온축되어 있고, 정에서 떠나지
않고도 이른바 ‘동’이란 것이 감추어져 있다. 물(物)의 동정(動靜)이
각기 그 하나의 때를 가지고 있는 것 과는 같지 않으니, 이것이 동정의
근원이……있고:원문의 ‘원위(源委)’는 물의 발원과 귀속처로, 사물의 본말 또는
연원을 뜻한다. 《예기(禮記)》 〈학기(學記)〉에 “삼왕이 물에 제사를 지낼 때 모두
먼저 개울에 제사 지내고 나중에야 바다에 제사를 지냈다. 개울은 물의 발원처이며
바다는 물이 흘러 모여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를 일러 근본에 힘쓴다는 것이다.
[三王之祭川也, 皆先河而後海. 或源也, 或委也, 此之謂務本.]”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정현(鄭玄)의 주(註)에 “‘원(源)’은 샘이 솟아 나오는 곳이고, ‘위(委)’는 물이
흘러 모이는 곳이다.[源, 泉所出也. 委, 流所聚也.]”라고 하였다.
각기……것:《맹자(孟子)》 〈만장 하(萬章下)〉에서 맹자가 말하기를 “백이(伯夷)
는 성인의 맑은 자요, 이윤(伊尹)은 성인의 자임(自任)한 자요, 유하혜(柳下惠)는
성인의 화(和)한 자요, 공자(孔子)는 성인의 시중(時中)인 자이시다. 그러니 공자
는 집대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伯夷聖之淸者也, 伊尹聖之任者也, 柳下惠聖之和者
也 孔子聖之時者也. 孔子之謂集大成.]”라고 하였는데, 이에 대한 주희의 주(註)에
“세 사람이 춘하추동의 각기 하나의 때라고 한다면, 공자는 태화원기가 사시에 유행
함과 같다.[三子如春夏秋冬之各一其時, 孔子則太和元氣之流行於四時也.]”라고 풀
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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