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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매우 정미(精微)하니, 어찌 안목이 거친 자 가
                 알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주자(朱子)가 말하기를 “태극이란 상수(象數)가 나타나기

                 전에 그 이치가 이미 갖추어진 것의 총칭이다.” 라고 하였고, 또 말하
                 기를 “만약 이(理)로 본다면 비록 물(物)이 있기 전이라도 이미 물의


                 이가 있는 것이다.” 라고 하였으며, 또 말하기를 “이 물이 있기 전에

                 먼저 이 이가 있다.” 라고 하였고, 또 말하기를 “반드시 그 소종래(所從
                 來)를 추론(推論)한다면 모름지기 먼저 이 이가 있다고 말해야 한다.”

                 라고 하였습니다. 또 말하기를 “기(氣)는 있지 않더라도 성(性)은 오히

                 려 항상 존재한다.” 라고 하였고, 또 말하기를 “형이상(形而上)과 형이

                 하(形而下)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어찌 선후가 없겠는가?” 라고 하였
                 으니, 무릇 이와 같은 말들은 다 들 수가 없습니다.
                   어찌 일찍이 이기(理氣)가 원래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고 하여 이

                 (理)가 먼저 갖춰져 있다는 뜻을 폐하겠습니까? 정자(程子)가 말하기




                    안목이 거친 자:원문은 ‘추안(麤眼)’으로, 심추안착(心麤眼窄)의 준말이다. 안목
                    과 식견이 없음을 말한다.
                    태극이란……총칭이다:《근사록집해(近思錄集解)》 권1 〈도체(道體)〉에 나오는
                    말이다. ‘상수(象數)’에서 ‘상(象)’은 괘상(卦象)과 효상(爻象)을 말하고, ‘수(數)’
                    는 음양수(陰陽數)와 괘수(卦數)를 말한다.
                    만약……것이다:《주자대전(朱子大全))》 권46 〈답유숙문서(答劉叔文書)〉에 나
                    오는 말이다.
                    이 물(物)이……있다:《근사록집해》 권1 〈도체〉에 나오는 말이다.
                    반드시……한다:《주자어류(朱子語類)》 권1에 나오는 말이다.
                    기(氣)는……존재한다:《주자대전》 권46 〈답유숙문서〉에 나오는 말이다.
                    형이상(形而上)과……없겠는가:《주자어류》 권2 〈이기 상(理氣上)〉에 나오는 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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