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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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게 됩니다. 하물며 이기가 선후가 없다는 말은 다만 유행(流行)
의 한쪽만 보고 한 말일 뿐이니, 만일 그 유행이 이미 그렇게 된 것에서
그 소종래(所從來)를 깊이 찾는다면, 이(理)가 먼저요 기(氣)가 뒤라
는 사실을 어찌 속일 수 있겠습니까?
이 말에 형께서는 반드시 크게 놀랄 것이지만, 이는 증명할 수 없는
빈말이 아닙니다. 청컨대 실사(實事)로써 밝히겠습니다.
바야흐로 그것이 동(動)하여 양(陽)이 되었을 때 이른바 정(靜)은
없으나 정의 묘(妙)는 없었던 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필경 정하지
않을 수 없으니, 이것이 이른바 음(陰)의 이치가 먼저 갖추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바야흐로 그것이 정(靜)하여 음이 되었을 때 이른바 동(動)
은 없으나 동의 묘는 없었던 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필경 동하지
않을 수 없으니, 이것이 이른바 양의 이치가 먼저 갖추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한 그루의 꽃나무로 말하자면, 바야흐로 그것이 발생할 때 기(氣)는
발생에만 전일(專一)하여 수렴이 없지만, 이(理)로 논하면 오늘의 발
생이 곧 수렴의 자리가 되기 때문에 발생에 그치지 않다가 마침내 수렴
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바야흐로 그것이 수렴할 때 기는 수렴에만
전일(專一)하여 발생이 없지만, 이로 논하면 오늘의 수렴이 곧 발생의
자리가 되기 때문에 수렴에 그치지 않다가 마침내 발생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치가 먼저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대개 동(動)한 것은 동에만 치우치고 정(靜)한 것은 정에만 치우치
는 것이 물(物)이니, 물이란 기(氣)가 한 것입니다. 동하면서 정이 없
지 않으며 정하면서 동이 없지 않은 것이 신(神)이니, 신이란 이(理)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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