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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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帝降)의 ‘강(降)’ 자 와 같으니, 저 형기(形器)가 있는 이름을 빌려
서 이 형기가 없는 오묘함을 나타낸 것입니다. 이른바 ‘명’이란 것이
어찌 귀를 잡아당겨 가르쳐 주는 것이며, 이른바 ‘강’이란 것이 어찌
손을 건네 내려 주는 것이며, 이른바 생(生)이란 것이 어찌 혈기로
태(胎)가 생겨 산월(産月)이 차서 순산하여 낳는다 는 것이겠습니까?
‘명’과 ‘강’은 의심하지 않으면서 이것[生字]에 대해서만 유독 의심하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그렇다면 이기(理氣)는 선후가 있는 것입니까? 이기는 만화(萬化)
속에 완전히 한 몸이요 원래 서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서로
떨어져 있지 않은 가운데에 나아가 만약 그것이 어찌해서 반드시 이와
같은지를 묻는다면, 그 연고는 이(理)에 있지 기(氣)에 있지 않을 것입
니다.
그렇다면 주복(主僕)의 형세와 선후의 구분이 여기에서 이미 확연히
제강(帝降)의 강(降) 자:‘생(生)’ 자와 ‘강’ 자의 의미를 같이 본 것이다. ‘제강지충
(帝降之衷)’은 상제가 내려 준 치우침 없는 덕이라는 뜻으로, 《서경(書經)》 〈탕고
(湯誥)〉에 “위대한 상제께서 아래 백성들에게 치우침 없는 덕을 내려 주시어, 그
자연적인 성품을 따르게 하셨다. 그러므로 그 길을 따르도록 안정시켜 이끌어야만
임금의 자격이 있다고 할 것이다.[惟皇上帝, 降衷于下民. 若有恒性, 克綏厥猷 惟
后.]”라는 말이 나온다.
귀를……주는:귀를 끌어당겨 타이르고 눈앞에서 가르친다[耳提面命]는 뜻이다.
《시경(詩經)》 〈대아(大雅)〉 ‘억(抑)’에 “아, 소자들아! 좋고 나쁨을 알지 못하는가.
손으로 잡아 줄 뿐만 아니라 일로 보여 주며, 대면하여 가르쳐 줄 뿐만 아니라 그
귀를 잡고 말해 주노라.[於乎小子! 未知臧否? 匪手携之, 言示之事, 匪面命之, 言提
其耳.]”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산월(産月)이……낳는다:원문의 ‘미월(彌月)’은 산월이 차다는 뜻이다. 《시경》
〈대아〉 ‘생민(生民)’에 나온다. “아기 낳을 산월이 차자, 첫아기를 양처럼 쉽게 낳았
다.[誕彌厥月, 先生如達.]”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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