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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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활간(活看) 하면 약이 될 것이요, 한 구절만을 취해서 흠을 찾는다
면 병이 될 것입니다. 제가 형에게 장차 어찌해야 합니까?
그렇다면 단순히 ‘이(理)’ 자만으로 과연 이기(二氣)를 낳고 오행(五
行)을 낳아서 만물의 종조(宗祖)가 될 수 있겠습니까? 무릇 ‘이(理)’라
고 말하는 것은 모두가 단순한 이 자이니, 천하에 어찌 진흙과 섞이고
사석(沙石)에 섞인 이가 있겠습니까? 천하에 두 가지 근본이 없으니,
이란 만화(萬化)의 근본입니다. 어찌 그 내용이 없는데 성인께서 말했
겠습니까? 이가 이기를 낳은 그 정상(情狀)을 들어 볼 수 있습니까?
이를 밝히기 어렵다고 말한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항상
이가 무슨 물건인지도 모르고 구하니, 이렇게 묻는 것이 당연합니다.
이(理)는 무슨 물건입니까? 곧 이기와 오행과 만사(萬事)와 서물(庶
物)이 그렇지 않을 수 없는 연고입니다. 오늘날 초동(樵童)들도 말하는
‘묘한 이치[妙理]’라는 것이 이것입니다. 이기와 오행은 이것이 아니면
생기지 않고, 만사와 서물은 이것이 아니면 생기지 않습니다. 이미
‘이것이 아니면 생기지 않는다.’라고 했으니, 이것을 생기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 정상(情狀)이 어찌 환하게 명백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생(生)’이란 글자는 바로 천명(天命)의 ‘명(命)’ 자 와 제
활간(活看):글을 볼 때 글자나 글귀에 얽매이지 않고 전체의 뜻을 널리 보아 본의
를 파악하는 것이다.
흠을 찾는다면:원문의 ‘취멱(吹覓)’은 털을 불어 흠을 찾듯 남의 약점을 억지로
찾는다는 뜻이다.
천명(天命)의 명(命) 자:‘생(生)’ 자와 ‘명’ 자의 의미를 같이 본 것이다. 《중용장구
(中庸章句)》에 “하늘이 명한 것을 성(性)이라고 하고, 성을 따르는 것을 도(道)라
하며, 도를 닦는 것을 교(敎)라 한다.[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脩道之謂敎.]”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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