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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께서 백성들에게 치우침이 없는 덕을 내려 주셨다.” 와 “건도(乾

                 道)가 변화하여 각각 성명(性命)을 정(正)한다.” 와 “태극이 양의(兩


                 儀)를 생(生)한다.” 와 “성(誠)은 사물의 시종(始終)을 이룬다.” 라
                 고 하는 등 한 가지가 아니니, 그 연고가 무엇이겠습니까?
                   노형은 진실로 이 두 가지가 본래 주복(主僕)의 형세나 선후의 구분이

                 없는데, 잠시 명위(名位)가 높아서 윗자리에 두는 것이 마치 신시(新市)

                 와 평림(平林)의 장수들이 경시(更始)를 황제로 받든 것 과 같다고 생
                 각하십니까? 아니면 여기에서 말하는 것이 모두 기(氣)를 겸대(兼帶)한

                 이(理)이므로 능히 만화(萬化)의 추뉴(樞紐)가 되는 것이 마치 한(漢)

                 나라 헌제(獻帝)가 동탁(董卓)에게 의지하여 지존의 자리에 오르고,


                    위대한……주셨다:《서경(書經)》 〈탕고(湯誥)〉에 “위대한 상제께서 아래 백성들
                    에게 치우침 없는 덕을 내려 주시어, 그 자연적인 성품을 따르게 하셨다. 그러니
                    그 길을 따르도록 안정시켜 이끌어야만 임금의 자격이 있다고 할 것이다.[惟皇上帝,
                    降衷于下民, 若有恒性, 克綏厥猷, 惟后.]”라고 하였다. ‘강충(降衷)’은 선(善)을 베
                    풀다는 뜻이다.
                    건도(乾道)가……정(正)한다:《주역(周易)》 〈건괘(乾卦)〉 ‘단전(彖傳)’에 “하늘
                    의 도가 변화하여 각각 성명(性命)을 바르게 하니, 대화(大和)를 보합(保合)하여
                    이에 이롭고 정(貞)하다.[乾道變化, 各正性命, 保合大和, 乃利貞.]”라고 하였다.
                    태극이 양의(兩儀)를 생(生)한다:《주역》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역에 태극이
                    있으니 이 태극이 양의를 생하고, 양의가 사상(四象)을 생하고, 사상이 팔괘(八卦)
                    를 생한다.[易有太極, 是生兩儀, 兩儀生四象, 四象生八卦.]”라고 하였다.
                    성(誠)은……이룬다:《중용장구(中庸章句)》 제25장에 “성은 사물의 시종을 이루
                    는 것이니, 진실하지 않으면 사물이 성립될 수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진실함을
                    귀하게 여긴다.[誠者, 物之終始, 不誠無物, 是故君子誠之爲貴.]”라고 하였다.
                    신시(新市)와……것:서기 23년 신(新)나라 왕망(王莽)이 실정을 거듭하자, 신시
                    와 평림(平林)의 무리들이 자신들이 상대하기 어려운 유수(劉秀)와 유연(劉淵)
                    두 형제를 피해 다루기 쉬운 유현(劉玄)을 경시제(更始帝)로 옹립한 일을 말한다.
                    한(漢)나라……오르고:동한(東漢)의 장군 동탁(董卓)이 낙양(洛陽)에 입성하여
                    소제(少帝)를 폐하고 하태후(何太后)를 시해(弑害)한 후 헌제(獻帝)를 옹립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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