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답문류편
P. 73

‘생생(生生)’인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씨앗 속에 반드시 껍질을 깨고 싹이 나올 이치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이른바 ‘생리(生理)’인 것입니다. 비록 그렇더라도

                 어찌 생리 외에 따로 이른바 이기오행(二氣五行)과 만사만물의 실리라
                 는 것이 있겠습니까? 한번 생리가 있으면 이기오행과 만사만물의 바뀔

                 수 없는 바른 이치가 일제히 모두 갖추어져서 다시 분별도 없고 다시
                 선후도 없는 것입니다.


                   형께서는 유행(流行)의 용(用) 으로 인하여 별안간 본연(本然)의
                 체(體)를 보고서 마침내 그 빈껍데기만을 붙잡고 실재 사물을 모두
                 포괄하려고 하니, 지나치게 소루(疏漏)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형의 말씀처럼 일리(一理)의 생생함이 기(氣)를 타고 변화하여 만리

                 (萬理)를 생한다고 한다면, 이는 오늘 일물(一物)이 생기고 내일 일물
                 이 생겨서 이것이 쌓여 만물에 이른 것이니 이 말은 옳다고 할 수 있지

                 만, 오늘 일리가 생기고 내일 일리가 생겨서 이것이 쌓여 만리에 이른
                 다는 것은 참으로 위태로운 말입니다.

                   부자는 원두처부터 차례로 말씀하신 것이기 때문에 “태극이 양의를

                 낳고, (양의가) 사상을 낳고, (사상이) 팔괘를 낳는다.” 라고 하신 것
                 이지, 사실은 또한 “태극이 64괘를 낳는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유행(流行)의 용(用):주희가 《근사록집해(近思錄集解)》 권1 〈도체(道體)〉에 “이
                    두 기운이 변하고 합하여 낳는 것은 대대(待對)의 체(體)에 근원한 것이요, 한
                    기운이 순환하여 낳는 것은 유행의 용에 본원한 것이다.[二氣變合而生者, 原於對待
                    之體也. 一氣循環而生者, 本於流行之用也.]”라고 하였다.
                    태극이……낳는다:  《주역(周易)》 〈계사전 상(繫辭傳上)〉에 “그러므로 역(易)에
                    태극이 있으니, 태극이 양의를 낳고, 양의가 사상을 낳고, 사상이 팔괘를 낳는다.[是
                    故, 易有太極, 是生兩儀, 兩儀生四象, 四象生八卦.]”라고 하였다.



                                                                            73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