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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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께서 만리(萬理)의 다단(多端)함을 싫어하여 기필코 하나로 돌리

                 려 하는 것은 지나친 병통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미 이(理)가 통한
                 줄을 알았으면 만리가 일리의 혼연함 속에 삼연하여, 혼연하되 골돌(顝

                 突)한 것이 아니고 삼연하되 파쇄(破碎)한 것이 아님을 모두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무릇 도는 큰 데만 있는 것이 아니고, 또한 작은 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합해서 말하면 예로부터 지금까지, 위로 하늘에서 아래로

                 연못까지, 허와 실이 조화롭고 사람과 만물이 혼연하게 꽉 들어차 틈이

                 없는 것이 바로 이것일 뿐입니다. 이것이 양의(兩儀)를 낳고 사상(四
                 象)을 낳고 팔괘(八卦)를 낳는 것입니다. 나누어 말하면 하나의 풀과

                 하나의 나무와 하나의 티끌에 있는 이(理)가 곧 양의와 사상과 팔괘의

                 종조(宗祖)인 것입니다.
                   무릇 지극히 작아서 안[內]이 없으니 그 속에 또한 무엇이 있으리오

                 마는 만사만물이 모두 갖추어져 있지 않음이 없습니다. 그러니 어찌
                 혼연함이 골돌함을 걱정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지극히 커서 바깥[外]

                 이 없으니 그 속에 또한 무엇이 있지 않으리오마는 한 가지 일도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어찌 삼연함이 파쇄함을 걱정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물(物)로써 본다면 두 가지가 서로 거리가 멀지만, 도(道)로써 본다

                 면 저기에도 남거나 모자람이 없고 여기에도 남거나 모자람이 없는
                 것입니다. 이(理)의 통함도 분명하고 그 정묘함도 지극한데, 무슨 연고




                    럽히자,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지은 글이다. 그 요지는 모든 만물(萬物)의 동정(動
                    靜)·다과(多寡)·생사(生死)는 아무런 막힘이 없는 이(理)의 묘용(妙用)에 의해 이
                    루어지는 것이지, 사물의 동정·다과·생사에 따라서 이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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