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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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연(所以然)이라 바꿀 수 없다.’ 라는 한 구절을 어찌 자세히 보지
             않으십니까? ‘선구(先具)’의 뜻을 아신다면 여러 가지 미혹들이 차례로
             통할 것입니다.

               미혹이 이미 통해지면 이기(理氣)를 ‘선후가 없다.’고 해도 되고,-이
             기(理氣)는 본래 선후가 없으니 주석이 필요 없다.- ‘이(理)가 먼저이고 기(氣)

             가 뒤’라고 해도 되며,-그 ‘이연(已然)’으로부터 그 ‘본연(本然)’을 파고들다.- ‘기

             가 먼저이고 이가 뒤’라 해도 됩니다.-‘이연’의 입장에서 말하면, 기로 형체를
             이루고 이 또한 부여된 것이니, ‘목신(木神)은 인(仁)이고, 금신(金神)은 의(義)다.’라

             는 것은 모두 ‘이연’으로부터 말한 것이다.- 그 본원을 논할 때도 ‘일리(一理)가
             혼연하다.’고 해도 되고,-이(理)는 본래 일(一)이니 주석이 필요 없다.- ‘만리

             (萬理)가 삼연(森然)하다.’고 해도 됩니다.-이는 본래 조리(條理)가 있는 물

             사(物事)이니, 눈금 없는 저울이거나 치가 없는 잣대가 아니다.- 그러므로 융통하

             고 활발하게 좌우에서 이의 근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형은 고양이에게 음양이 있기 때문에 자손들의 남녀의 이가 이미
             생육하기 전에 갖추어져 있다는 것은 알면서도, 조화에도 음양이 있기





                데 설명이 더 필요한 대목을 따라 혹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설명한 책이다.
                소이연(所以然)이라……없다:주희가 《대학혹문》에서 “하나의 사물 안에서 소당
                연(所當然)이라 그만둘 수 없는 것과 소이연이라 바꿀 수 없는 것을 모두 보게
                되니, 겉과 속, 정밀함과 거침이 다하지 않음이 없다.[一物之中, 莫不見其所當然而
                不容已與其所以然而不可易, 表裏精粗無所不盡也.]”라고 하였다.
                좌우에서……있습니다:원문의 ‘좌우봉원(左右逢原)’은 자신과 가까운 곳에서도
                이치의 근원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맹자(孟子)》 〈이루 하(離婁下)〉에 “군자
                가 도(道)에 깊이 나아가는 것은 스스로 체득하려는 것이다. 스스로 체득하면 거기
                에 편안하고, 거기에 편안하면 응용할 것이 많고, 응용할 것이 많으면 몸의 좌우에서
                취해 그 근원을 찾을 수 있게 된다.[君子深造之以道, 欲其自得之也, 自得之則居之
                安, 居之安則資之深, 資之深則取之左右, 逢其原.]”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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