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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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합니다. 이것은 저의 사적인 말이 아니요, 서책 속에 실려 있는

                 것이 해와 별처럼 환하거늘, 형의 병통은 자신의 소견만을 편벽되게
                 믿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저 천하에 다만 ‘불상리(不相離)’라는 한 가지 길만 있다면, ‘사
                 (事)’라고 하고 ‘물(物)’이라고 하고 ‘천지음양(天地陰陽)’이라고 하면

                 충분할 것인데, 무엇 때문에 이(理) 자와 기(氣) 자로 나누어 후인들에
                 게 무한한 갈등을 일으키게 하겠습니까?

                   분개(分開)한 곳은 분개해서 보고, 합일(合一)한 곳은 합일해서 보

                 아야 바야흐로 올바른 안목이 됩니다. 이른바 ‘이통(理通)’이란 것은
                 여기에서 비로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형은 분개(分開)한 것을

                 보면 문득 합일이란 것으로 혼동하여, ‘도(道)’라 하고 ‘이(理)’라 하며

                 ‘태극(太極)’이라고 하는 것을 모두 진흙에 물을 탄 것 으로 보고, 마침
                 내 말하기를 “이 물사(物事)는 본래 준칙이 없어서 동서남북으로 오직

                 기(氣)만 따라다닌다.”라고 합니다. 이와 같다면 이는 뼈가 없는 벌레

                 요, 추뉴(樞紐)와 근저(根底) 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此就事物上觀之, 其說固的當, 無可更評, 非徒兄知之, 吾亦知之。



                    진흙에……것:원문은 화니대수(和泥帶水)는 선악(善惡)과 시비(是非) 등이 뒤섞
                    여 분명히 구별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추뉴(樞紐)와 근저(根底):‘추뉴’는 문의 돌쩌귀이고 ‘근저’는 나무의 뿌리인데, 모
                    두 사물의 관건이나 근본을 의미한다. 《근사록집해(近思錄集解)》 권1 〈도체(道
                    體)〉에 주희가 말하기를 “상천(上天)의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으나, 실로 조화
                    (造化)의 추뉴이고 품휘(品彙)의 근저이다.[上天之載, 無聲無臭, 而實造化之樞紐,
                    品彙之根柢也.]”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북계진씨(北溪陳氏)는 “무성무취(無聲無
                    臭)는 무극(無極) 두 글자를 풀이한 것이고, ‘조화의 추뉴’와 ‘품휘의 근저’는 바로
                    태극(太極) 두 글자를 풀이한 것이다.”라고 해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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