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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理)가 먼저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만상(萬象)으로부터 말하자면,

                 만상이 있기 전에 이미 만상의 이가 있고, 음양오행으로부터 말하자
                 면, 음양오행이 있기 전에 이미 음양오행의 이가 있으며, 천지로부터

                 말하자면, 천지가 있기 전에 이미 천지의 이가 있습니다. 미루어 보
                 고 또 미루어 보면 필경 먼저 이 이가 있어야 이 기(氣)가 있는 것이

                 니, 그래서 이가 먼저 갖추어져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만상의 이는 먼저 음양오행의 상면에 갖추어져 있고, 사상

                 (四象)의 이는 먼저 양의(兩儀)의 상면에 갖추어져 있으며, 양의의

                 이는 먼저 음정(陰靜)의 상면에 갖추어져 있고, 음의(陰儀)의 이는
                 먼저 양동(陽動)의 상면에 갖추어져 있으니, 이것은 천지의 이도 먼저

                 선천지(先天地)의 상면에 갖추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과연 허

                 공에 걸린 말입니까!
                   이와 같기 때문에 만물이 얻어서 체(體)로 삼은 바가 ‘본연(本然)’이

                 라는 이름이 있고 ‘바꿀 수 없다[不可易]’라는 말이 있습니다. ‘본연’이
                 란 본래 이미 그렇다는 말이고, ‘불가역(不可易)’이란 나중에도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태극도해(太極圖解)》’ 에 나오는


                 ‘본연지묘(本然之妙)   한 구절과 《대학혹문(大學或問)》 에 나오는

                    태극도해(太極圖解):주돈이(周敦頤)의 《태극도설(太極圖說)》에 대한 주희의 주
                    석서이다. 《태극도설》은 무극(無極)인 태극(太極)에서부터 음양오행(陰陽五行)
                    의 원리, 곧 우주 및 인류 만물의 생성(生成)의 원리와 발전 과정을 도해(圖解)하고
                    거기에 설명을 붙인 책이다.
                    본연지묘(本然之妙):주희는 《근사록집해(近思錄集解)》 권1 〈도체(道體)〉에 “태
                    극은 본연의 묘용이요 동정은 타는 바의 기틀이니, 태극은 형이상(形而上)의 도
                    (道)요 음양은 형이하(形而下)의 기(器)이다.[太極者本然之妙, 動靜者所乘之機
                    也. 太極, 形而上之道也, 陰陽, 形而下之器也.]”라고 하였다.
                    대학혹문(大學或問):주희가 《대학장구(大學章句)》를 저술한 후, 그 주(註) 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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