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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히고서 남을 바로잡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대의를 천하에 펴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다리를 허물없는 땅에다 세우지 않을 수 없으니,
밤낮으로 의리를 강명하고 때를 기다려 움직이는 것, 이것이 내가 크게
여러 군자들에게 바라는 바입니다. 소요부(邵堯夫, 소옹)의 시에 “시위
는 천 근의 쇠뇌처럼 하라.” 라고 하였으니 헤아리시기 바랍니다.
披讀一張紙, 兼對兩出身, 快心人快心語, 海變數朔初見, 何豐沛
多義士也。 令人煩襟頓滌, 如病得蘇。 第有當商量者, 世間私義公
體兩端, 有並行而不相悖處, 有相格而不可並行處。 今以此事言之,
誓不與妖胡共戴一天者, 腔子裏私義也, 金消石泐, 此心不可變也。
若乃造兵器於私門, 聚軍人於私籍, 與公體相礙, 非龍灣去邠之日,
南漢哀痛之敎, 則不可議到。 苟不顧公體, 而惟私義是徇, 則屈大
夫文丞相, 何不先楚宋之未危, 豫擧義旅也。 迂腐所見如此, 更加
三思而行之, 勿之有悔可也。 無已則有一焉, 自朝廷旣有軍器修理
之令, 及此時, 同志出力告官, 借一公廨, 修造而納之官庫, 或不犯
자신을……것입니다: 《맹자(孟子)》 〈등문공 하(滕文公下)〉에 나온 말이다. 진대
(陳代)가 맹자에게 말하기를, 몸을 한번 굽혀 제후를 만나면 왕자(王者)나 패자(覇
者)를 이룰 것이니 한 자를 굽혀 여덟 자를 펴는 것처럼 굽히는 것은 적지만 펴는
것이 크다고 하자, 맹자가 우인(虞人)의 예를 들어 합당하게 부르지 않으면 죽음에
처해도 가지 않아야 한다고 하였으며, 또 왕량(王良)의 예를 들어 말을 모는 일에
있어서도 정도를 지켜야지 부정한 방법으로 짐승을 몰아서는 안 된다고 하고, 이어
말하기를 “만약 도를 굽혀 저쪽을 따른다면 어찌하겠는가. 또한 그대가 잘못이다.
자기 몸을 굽힌 자가 남을 펼 수 있는 경우는 없다.[如枉道而從彼何也. 且子過矣.
枉己者, 未有能直人者也.]”라고 하였다.
시위는……하라:소옹(邵雍)의 〈하사음(何事吟)〉에 “시위는 천균의 쇠뇌처럼 하
고, 마려는 마땅히 백련의 쇠처럼 해야 한다.[施爲欲似千勻弩, 磨礪當如百鍊金.]”
라고 하였다. 《宋文鑑 卷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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