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0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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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소의 한 조항은 근래의 수령들이 상소를 올리고 사직한 예가
없습니다. 다만 처음에 사람을 정조(政曹)에 보내 정병(呈病, 병장(病
狀)을 올리는 것)을 하고자 하나 받아 주지 않으면 부득이 순영(巡營)에
다 바치고 세 번을 왔다 갔다 한 뒤에야 계체(啓遞) 되어서 그런 것입
니다.
邑除未赴, 此是過境, 不足追提, 而來諭皆不著題。 正鎭本亦應擧
覓官的人。 初意豈嘗不求升斗之祿, 而只緣自家性本疎闊, 學又迂
滯, 其於世務人情, 終覺鑿枘之不合, 故此念漸漸休歇。 拕至今日,
則精力耗竭, 健忘成痼, 已作弊器破物。 其於簿書期會, 誠有管領
不到處, 雖素在陳力之列者, 到此地頭, 只合乞骸就閒。 所謂‘雖欲
從之, 末由也已。’ 辭職疏一款, 近世守令無上疏辭職之例。 只得初
間, 送人政曹, 欲爲呈病, 而不得現納, 不得已呈于廵營, 三返而
後, 蒙啓遞耳。
[문] 지금 해구(海寇)가 창궐하여 강화도가 함락되니, 조야에 계
엄이 내려졌는데, 진언하려고 해도 식견이 없고 입궐하여 숙위하려
고 해도 통로가 없습니다. 몸을 받들어 물러나는 것도 의(義)의 본분
이 아닙니다. 말하자니 평소 기의(機宜)에 서툴고, 침묵하자니 충을
다할 곳이 없습니다. 어찌해야 합니까?-기양연-
계체(啓遞):왕에게 아뢰어 체직(遞職)됨을 말한다.
지금……함락되니:병인양요, 즉 1866년(고종3) 흥선대원군의 천주교 탄압에 대한
보복으로 프랑스군이 침입한 사건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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