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8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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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출처(出處)의 설은 끝내 우유(迂儒)를 벗어날 수 없다. 물을

             마시고 나서 차갑고 뜨거움을 아는 일은 옆 사람들이 다 함께 알 수
             있는 바가 아니니, 가벼이 그 사이에서 입을 여는 것은 우활하고 우

             활하도다.



             出處之說,  終是脫不得迂儒。 飮水冷煖,  非傍人所可與知,  輕欲開
             口於其間, 迂哉迂哉。





             [문]  용행사장(用行舍藏) 은 성인이 자처(自處)하는 바이고, 주현

             (州縣)에 안주하는 것은 대현(大賢)도 면하지 못했던 일이니 , 내가
             지닌 바를 한번 시험해 본다고 해서 도(道)와 의(義)에 무슨 해가 되

             겠습니까? 감히 가르침을 구하며 아울러 사직소를 첨부해 주시어 미

             혹한 소견을 깨우쳐 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민재남-


             用行舍藏,  聖人所自處,  安於州縣,  大賢所不免。 一試吾所有,  於





                용행사장(用行舍藏):세상에 쓰이면 나아가 자기의 도(道)를 행하고, 쓰이지 않으
                면 물러난다는 말이다. 《논어(論語)》 〈술이(述而)〉 편에, 공자가 안연(顔淵)에게
                “쓰이면 나아가 도를 행하고, 버림을 받으면 물러가 숨는 일을 오직 나와 너만이
                할 수 있다.[用之則行, 舍之則藏, 惟我與爾有是夫.]”라고 하였다.
                주현(州縣)에……일이니:송(宋)나라 주렴계(周濂溪)와 양귀산(楊龜山)이 평생
                주현(州縣)의 직(職)에 종사하면서 학문에 힘쓴 일을 말한다.
                민재남(閔在南):1802~1873.  자는  겸오(謙吾),  호는  청천(聽天)·자소옹(自笑
                翁)·회정(晦亭), 본관은 여흥(驪興)이다. 함양 외가에서 태어났으며, 노광리(盧光
                履)의 문인이고, 기정진(奇正鎭), 배진방(裵鎭邦) 등과 교유하였다. 1867년(고종
                4) 9월에 헌릉 참봉(獻陵參奉)에 제수되었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유고에 《회정집
                (晦亭集)》 9권 5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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