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4 - 답문류편
P. 474
[답] 성인이 천자의 지위에 있을 때[在上] 《시경(詩經)》과 《서경
(書經)》이 있었고, 성인이 재야에 있을 때[在下] 《논어(論語)》와
《맹자(孟子)》가 있었으니, 이는 천지간의 정맥(正脈)이다. 그러나
재상(在上)의 일은 금방 논할 수 없으니, 우선 《논어》와 《맹자》에
고개를 숙여서 힘쓸 뿐이다. 이를 버려두고 따로 읽을 책을 구한다면
내가 감히 알 바가 아니다.
독서의 지결은 글로써 글을 보지 말고, 하나하나를 내 몸에 돌이켜서
찾아볼 따름이다. 옛 성현의 한 구절 말씀을 보면 문득 돌이켜 ‘이 말이
과연 내 마음에 합치되는가’를 구하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쥐고 발로 행하는 것같이 할 수 있는가를 추구해 보아야 한다. 하나라도
억지로 힘쓰거나 서로 저촉됨이 있으면 반드시 이는 내 마음에 가려진
바가 있는 것이니,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고개 숙여 읽어 보고 고개
들어 생각하여 곧바로 궁극의 지점에 이르되 반드시 마음이 편하고 도리
에 순해진 후에 그쳐야 한다. 이렇게 한 가지 글을 읽고 나면 정자가
말한 ‘손으로 춤을 추고 발로 뛰게 된다.’ 라는 경지에 거의 이를 것이다.
성인이 천자의……있었으니:《중용(中庸)》 제29장에 “상언자는 비록 선하나 징험
할 바가 없고 징험할 바가 없기 때문에 서로 믿지 않고 믿지 않기 때문에 백성이
따르지 않으며, 하언자는 비록 선하나 지위가 높지 못하고 높지 못하기 때문에
믿지 않으며 믿지 않기 때문에 백성이 따르지 않는다.[上焉者, 雖善無徵, 無徵不
信, 不信民弗從, 下焉者, 雖善不尊, 不尊不信, 不信民弗從.]”라고 하였는데, 혹자
는 상언자는 삼대의 성왕을 가리키고, 하언자는 춘추 시대의 오패(五覇)를 가리킨
다 하였으나, ‘하언자’에 대해 주희는 지위를 얻지 못한 낮은 신분의 성인을 가리킨
다고 하였다.
손으로……된다:《근사록집해(近思錄集解)》 권1 〈도체(道體)〉에 “천지 만물의 이
치는 홀로인 것이 없어서 반드시 상대가 있으니, 모두 자연히 그러한 것이요 안배한
것이 아니다. 언제나 한밤중에 이것을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춤을 추고
발로 뛰게 된다.[天地萬物之理無獨, 必有對, 皆自然而然, 非有安排也. 每中夜以思,
474 답문류편 권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