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4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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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분발하지 않겠는가 寧不憤悱
연찬하여 순이 되기를 기약하리 鑽之爲期
이를 일러 지라고 하니 是之謂志
지가 전일하면 기가 따라가네 志一氣隨
지가 만일 저함하면 志苟低陷
책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랴 書吾何有
사람들은 책이 좋다고 말하면서 人道書好
읽어서 숫자만 채울 뿐 讀而備數
누에 실이나 소털처럼 많은 책은 蠶絲牛毛
눈만 어지럽히고 머리만 아프게 하니 眯眼疾首
억지로 사색에만 힘쓰다 보면 勉彊思索
기름에 그리고 얼음에 새기는 꼴 脂畫冰鏤
다음으로 구습을 말하자면 其次舊習
한두 가지로 헤아리기 어렵다 難一二計
혹 기욕에 골몰하니 或汩嗜欲
마음[天君]은 이미 취하였네 天君已醉
이의에 끼워 맞춰 보면 投之理義
둥근 구멍에 모난 자루를 끼우는 격 圓鑿方枘
도망친 돼지를 묶는 듯하니 罥若放豚
둥근……격:둥근 구멍에 모난 촉꽂이라는 뜻으로, 사물이 서로 잘 맞지 않는 일을
의미한다. 송옥(宋玉)의 ‘구변(九辯)’에 “둥근 구멍에 모난 자루 끼워 넣으려 함이
여, 맞지 않아 들어가지 않음을 내가 물론 잘 알도다.[圜鑿而方枘兮, 吾固知其鉏鋙
而難入.]”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도망친……듯하니:이미 잘못을 고친 사람에 대해 기왕의 잘못을 다시 비판하는
것을 의미한다. 《맹자》 〈진심 하(盡心下)〉에 “묵적에게서 도피하면 반드시 양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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