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0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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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기름 덩이에 그림을 그리고, 얼음에 새기는 것’ 에 비유하였으
니, 효과가 없음을 예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책을 펴기 전에 먼저
모름지기 이 마음을 추스르고 탁연히 자립을 해야만 이것이 독서의
으뜸가는 단방(單方)이 된다.
讀書得力或不得力, 只爭看得切己與不切己。 今姑以《大學》言之,
則大學之道四字是第一句, 在明明德四字是第二句。 讀第一句時,
勿謂大學二字在冊子上, 凝神默想, 看作吾身親登先聖王敎人之大
學, 决不要人登了便休, 必有擧足進步之蹊徑。 此所謂大學之道,
而我則不知, 自然燥癢。 燥癢旣深, 則下句一在字, 如癢得搔, 忽
如漆黑夜, 一把火現形, 豈不歡喜? 然而泰山却在前面, 所謂明德
是何物, 在吾頭上否, 在吾皮裏否, 眼可覰否, 手可摩否, 伏而讀
之, 仰而思之, 思之不得, 則姑閣書一邊, 澄神以求之。 然猶未得,
則却把章句來細看。 猶未另別, 可看諸儒小註, 今日不得, 至明日,
明日不得, 至再明日。 蓋蔽錮未深者, 一聞便可瞭然, 吾昏蔽放逸
之久, 故若是耳, 反覆旣久, 必有依微影子現於心目之間。 又未知
如何而可以明之, 復如前思索。 第三句以下亦如是。 蓋吾方飢而求
食, 渴而求飮, 可不盡心力而求之乎? 此之謂看得切己, 不切己者
異於是。 如過雲從街, 羅列百貨, 非不入眼, 而初不識其名目, 况
기름……것:기름 덩이에 그림을 그리고 얼음에 조각을 새긴다는 것은 실질 없이
멋을 내는 데 힘을 쏟는다면 애만 쓰일 뿐 아무 보람이 없음을 뜻한다. 한나라 환관
(桓寬)의 《염철론(鹽鐵論)》에 “안으로 바탕이 없이 겉으로 문만 배운다면, 아무리
어진 스승이나 훌륭한 벗이 있더라도 마치 기름덩이에 그림을 그리거나 얼음을 조각
하는 것과 같아서 시간만 허비하고 보람은 없을 것이다.[內無其質而外學其文, 雖有
賢師良友, 若畫脂鏤冰, 費日損功.]”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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