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8 - 답문류편
P. 458

問目同上。【孟希顔】



             [답]  글을 읽으며 힘을 얻기도 하고 혹 힘을 얻지 못하기도 하는 것

             은 다만 글을 보기를 자신에게 간절하게 하느냐 자신에게 간절하게
             하지 않느냐의 차이이다. 이제 우선 《대학(大學)》으로 말하자면, ‘대

             학지도(大學之道)’란  네  글자가  제일구(一句)요,  ‘재명명덕(在明明
             德)’이란 네 글자가 제이구(二句)이다. 제일구(一句)를 읽었을 때는

             ‘대학’이란 두 글자가 책 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정신을 모으고

             묵묵히 생각하기를 ‘내 몸이 직접 선성왕(先聖王)이 사람을 가르치는
             대학에 올라갔다.’고 여기되, 결코 다른 사람처럼 모두 올라가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여기지 말고, 반드시 발을 들어 진보할 길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이른바 ‘대학지도’인데, ‘나는 모른다’고 한다면 자연히 조바

             심이 나고 가려울 것이다. 조바심과 가려움증이 이미 깊다면, 그 아래
             하나의 재(在) 자가 바로 가려움을 긁어 주는 글자인데, 이는 갑자기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하나의 횃불이 나타나는 것과 같으니, 어찌 반갑
             지 않겠는가?

               그러나 태산이 문득 전면에 있게 되니, 이른바 ‘명덕’이란 어떤 것인

             가? 나의 머리 위에 있는가? 나의 피부 속에 있는가? 눈으로 볼 수
             있는가? 손으로 만질 수 있는가? 엎드려 읽어 보고 우러러 생각해

             보아야 한다. 생각해도 모르겠거든 우선 책을 한편에다 치워 놓고,

             정신을 맑게 해서 구해야 한다. 그래도 모르겠거든 곧 장구(章句)를
             가지고 자세히 보아야 한다. 그래도 달리 보이지 않거든 제유(諸儒)들

             의 소주(小註)를 가지고 보되, 오늘 모르면 내일도 보고, 내일도 모르



             458   답문류편 권5
   453   454   455   456   457   458   459   460   461   462   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