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3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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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평소의 뜻을 조금이라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公於文理未通透, 世間茶飯事理多茫昧, 游心於虛遠, 此非一丸一
散可醫之病。 恐當取舊讀聖賢書, 濯去臟腑中猥瑣, 字繹其義, 句
尋其解, 如初入學樣, 費了十年不快活工夫, 方可以少償宿志。
[문] 독서를 함에 다만 구절만을 읽을 뿐 뜻은 알 수가 없습니다.-김유-
讀書只讀得句語而義不可曉云云。【金濡】
[답] 경전이 비록 많을지라도 본래가 모두 진실한 말들이다. 있으면
있다 하고 없으면 없다 하며, 옳으면 옳다 하고 그르면 그르다고 할
따름이니, 어찌 이해하지 못할 이치가 있겠는가? 다만 형이상(形而
上)은 형체가 있는 물건에 비해 조금 가볍고 맑은 것 이기 때문에 마
음을 맑게 하고 생각을 깨끗하게 하지 않으면, 마치 물에다 돌을 던
지는 것 같은 근심이 있게 된다. 모름지기 오늘부터 시작하여 경전의
한마디 한 구절이 모두 그 말한 바가 무슨 뜻인지를 찾아보고, 눈으
로 분명히 보고 난 뒤에야 그칠 것이니, 자연히 마음의 길이 점점 열
려서 비로소 헤아릴 곳이 있을 것이다.
經傳雖多, 本皆眞實語。 有謂有無謂無, 是曰是非曰非而已, 豈有
가볍고 맑은 것:원문의 ‘경청(輕淸)’은 가볍고 맑다는 뜻이다. 《주자어류(朱子語
類)》 권1에서 주희가 말하기를 “기의 가볍고 맑은 것은 하늘이 되고, 무겁고 탁한
것은 땅이 되었다.[其輕淸者爲天, 重濁者爲地.]”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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