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2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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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居敬窮理)’ 네 글자를 냉담한 가계로 삼아 요컨대 내면으로 향하는

             뜻은 많고 외면으로 향하는 뜻은 적게 할 것이니, 이것이 바로 실지
             공부를 할 곳이다.

               무릇 경사(經史)를 읽고 물리(物理)를 궁구하는 것이 어찌 본분의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많기만 하고 절제가 없으면 도리어 심술의

             해가 되니, 바라건대 깊이 생각하라.



             一蹴能到, 無是理也。 一日畢竆, 無是道也。 必優游積久, 勿忘勿

             助而後, 可以有得。 爲公計者, 且當屛掃許多頭緖, 以‘居敬竆理’四
             字, 作冷淡家計, 要使近裏之意多, 向外之時少, 此是實下工處也。

             凡讀經史竆物理,  豈不是本分事,  而多而無節,  反爲心術之害,  幸
             深思之。




             [문]  초심은 대개 유가의 대사업을 공부하고 싶었으나 그 방도를 알

             지 못하고 있습니다.-김훈-


             初心蓋欲做儒家大事業, 而未知其方云云。【金勳】




             [답]  공은 문리에 통투(通透)하지 못하고 세간의 흔한 일에도 대부
             분 어두워서 허망하고 고원한 데 마음을 노닐고 있으니, 이는 환약과

             가루약으로 고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아마도 마땅히 옛날에 읽었던

             성현의 글을 취하여 몸속의 번잡하고 잡스러운 것들을 씻어내고, 글
             자마다 그 뜻을 연역하고 구절마다 그 풀이를 찾아보되 마치 처음 입

             학하는 모양으로 시원하지 못했던 공부를 십 년 동안 쏟아야만 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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