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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존망(存亡)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묵은 자취가 되니, 이때

                 회광반조(回光返照) 를 해 보면, 그 형상은 마치 자신이 전 사람이
                 이미 지나간 자취를 살펴보고 있는 것과 같으니, 무슨 두 갈래 길이

                 된단 말인가?



                 存亡瞥然間,  已成陳迹,  此時回光返照,  其形狀有若自我察前人已
                 經之陳迹, 何二歧之有?




                 [문]  지난번에 입도(入道)의 요체를 물었는데, 선생님께서는 오랫

                 동안 묵묵히 계시다가 “이제 비로소 깨달아 보건대, ‘기(幾)’  한 글
                 자가 매우 좋다. 그러나 나는 늙었으니, 어찌하겠는가?”라고 하셨습

                 니다. 물러나서 생각해 보니 깊은 맛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감히 서

                 신(書紳) 하여 가슴에 간직하지 않을 것입니까?-민기용-


                 向問入道之要, 先生黙然良久曰, “今始覺之, 幾一字甚善, 而吾則





                     회광반조(回光返照):선종(禪宗)에서 쓰는 말로 언어(言語)나 문자(文字)에 의
                     지하지 않고, 자기를 회고 반성(回顧反省)하여 바로 심성(心性)을 조견(照見)하
                     는 것을 말한다.
                     기(幾):기미. 주돈이(周敦頤)의 《통서(通書)》 〈성(聖)〉 제사(第四)에 “적연부동
                     (寂然不動)한 것이 성(誠)이요, 감이수통(感而遂通)하는 것이 신(神)이요, 움직이
                     려 하면서도 아직 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유와 무의 사이에 있는 것이 기이다.[動
                     而未形, 有無之間者, 幾也.] 성(誠)은 정(精)하기 때문에 명(明)하고, 신(神)은
                     응(應)하기 때문에 묘(妙)하고, 기(幾)는 미(微)하기 때문에 유(幽)하다. 성과 신
                     과 기의 요소를 모두 갖춘 분을 성인이라고 한다.[誠神幾曰聖人]”라고 하였다.
                     서신(書紳):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뜻이다.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에
                     “자장(子張)이 공자의 말을 띠에 썼다.[子張書諸紳]”라는 구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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