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7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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持敬亦難自我用力, 必有師友云云。【朴契晩】
[답] 경(敬)이란 내 마음이 스스로 주재가 되는 것이니, 어찌 지경
(持敬)이 다른 사람으로 말미암는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크게 틀린
말이요, 크게 틀린 말이로다. 주자가 말하기를 ‘경 자의 뜻은 오직 두
려워함이 이에 가깝다.’ 고 했으니, 이 한마디 말이 가장 요긴하다.
《중용(中庸)》에 나타난 바로는 ‘계신공구(戒愼恐懼)’요, 옛사람 중에
이를 행한 자가 있으니, 증자의 ‘전전긍긍하여 깊은 연못에 임한 듯
하고 얇은 얼음을 밟는 듯한다.’ 는 것이 이것이다. 이는 우리의 한
생각 사이에 있어서 귀신도 엿보지 못하는 것인데, 다른 사람으로 말
미암는다고 말한다면 옳겠는가?
敬者, 吾心之自作主宰也, 豈可曰持敬由人乎? 大錯大錯。 朱子曰
‘敬字之旨, 惟畏爲近之’, 此一語最要切。 見於《中庸》, 則曰戒愼恐
懼。 古之人有行之者, 曾子之戰戰兢兢, 如臨如履是也。 此在吾一
주자가……가깝다:《심경(心經)》에 《주역(周易)》의 ‘경이직내(敬以直內)’를 논
한 부분의 부주(附註)에 면재 황씨(勉齋黃氏)가 말하기를 “경을 주일무적이라고
한 것은 정자의 말씀이다. 그러나 스승인 주자께서 또 ‘경’이라는 글자는 오직 두려워
함이 가장 가깝다고 하셨으니, ‘경’이란 이 마음이 숙연하여 두려워하는 바가 있는
것을 이르는 것이다.[敬者主一無適之謂, 程子語也. 然師說又以敬字, 惟畏爲近之,
蓋敬者, 此心肅然, 有所畏之名.]”라고 하였다.
전전긍긍하여……듯하다:《논어(論語)》 〈태백(泰伯)〉 편에, 증자(曾子)가 병이
들자 제자들을 불러 말하기를 “이불을 걷고 내 발을 살펴보고 내 손을 살펴보아라.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두려워하고 삼가서 깊은 못에 임하듯이 하며, 얇은 얼음
을 밟듯이 하라.’고 하였는데, 이제야 부모님이 주신 몸을 상하게 하지 않았음을
알겠다. 제자들아![啓予足, 啓予手. 詩云, ‘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 而今而
後, 吾知免夫. 小子!]”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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