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0 - 답문류편
P. 380
아갈 방법이 없다. 만일 그대처럼 한다면 시왕지제(時王之制, 국법)를
멸시하는 것에 가까우며, 끝내 무군(無君)의 지경에 이르게 되니, 군
신 간의 대륜을 어찌 폐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하기를, “진실로 선비의 지기(志氣)가 있는 자는 반드시 천거해 주
길 구하여 과거에 응시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어떻습니
까?-김현옥-
小子斷然以廢擧爲定, 或曰 “非科擧無由進於事君之路, 如子則近
於蔑時王之制, 而終至於無君, 君臣大倫, 烏可廢也?” 曰 “苟有士
子之志氣者, 必不干謁以應擧也。”【金顯玉】
[답] 과거의 폐단이란 말은 맹자가 주소(周霄)의 물음에 답을 하신
것이 정히 이 뜻을 설파한 것이다. 그대가 이미 맹자를 믿지 않고
이렇게 묻는다면 내가 비록 말을 해 보았자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科弊說, 孟子之答周霄, 正是說破此義, 君旣不信孟子而有此問,
則吾雖有言, 安能信也?
맹자가……것이다:《맹자》 〈등문공(滕文公)〉에 나온 말로 “주소가 묻길, ‘옛날 군
자들은 벼슬을 했습니까?’라고 하자 맹자께서 대답하시길 ‘벼슬을 했다.’라고 하였
다. 전(傳)에 이르길 ‘공자께서는 3개월 동안 섬기는 임금이 없으면 안타까워하며
국경을 나갈 적에 반드시 폐백을 싣고 갔다.’라고 하였고, 공명의(公明儀)는 말하기
를 ‘옛사람은 3개월 동안 섬기는 임금이 없을 경우, 가서 위문했다.’라고 하였다.[周
霄問曰, 古之君子, 仕乎? 孟子曰, 仕. 傳曰, 孔子三月無君, 則皇皇如也. 出疆必載
質. 公明儀曰, 古之人, 三月無君則弔.]”라고 하였다.
380 답문류편 권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