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9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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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장차 ‘나쁜 일이 아니라 좋은 일[匪寇婚媾]’ 이 되는 것입니다. 만약
혹여 상반된다면 문안의 도적이 되는 것이 어찌 과문뿐이겠습니까?
이 하나의 구절로 철한(鐵限, 철책)을 세워서 천하의 유건(儒巾, 유학자)
을 망가뜨리려고 한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전성(前聖)도 이런 편협한
법문을 세운 적이 있었습니까?
擧業一事, 此在發軔初, 所當到底究覈, 立定家計, 豈可至今倀倀
迷塗耶? 志有專向而不暇及此, 則固善, 自知才華不足以追逐世
好, 自然淡於進取蹊徑, 亦不害爲吉士。 若其懷瑾握瑜, 進退以禮
者, 必無做程文自衒之理, 此則太上勿論, 於彼於此, 量力而行其
一焉, 可也。 非是數者, 而欲全廢擧業, 則非載贄之義, 所謂不仕
無義, 何如哉? 乃若栗谷之論, 則見於《擊蒙要訣》者, 自是平坦。
門內寇之云, 流弊固有如此者, 治此寇有術, 但得向於此者有力,
則內重外輕是次第事。 雖或以遊藝之隙, 有時而做科文, 或將匪寇
婚媾矣。 苟或反是, 則爲門內寇者, 豈徒科文? 欲以此一句, 立定
鐵限, 毁天下之儒巾, 則未知前聖亦有如此偏枯法門耶?
[문] 소자가 단연코 과거 공부를 폐하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는데,
그것에 대해 혹자는 말하기를 “과거가 아니면 임금을 섬기는 길에 나
나쁜……일:도적이 아니라 혼인하는 사람을 말한다. 《주역(周易)》 〈비괘(賁卦)〉
육사(六四)에 “꾸밈이 희며 백마가 나는 듯이 달려가니 도적이 아니라 혼인하는
사람이다.[賁如皤如, 白馬翰如, 匪寇婚媾]”라고 했고, 《주역》 〈둔괘(屯卦)〉 육이
(六二)에서도 “어려워하고 머뭇거리며 말을 타고 맴도니 도적이 아니라 혼인하러
오는 사람이다.[屯如邅如, 乘馬班如, 匪寇婚媾.]”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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