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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성명의 이(理)는 성인이 드물게 말씀하셔서 자공(子貢) 이하의
사람들은 들어 보지 못한 것이니, 이것은 초학자들이 구하여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의 사자(四子, 四書)의 주소(註疏)
는 모두가 성명에 대한 설이니, 초학자는 이를 읽어서는 안 되는 것
입니까? 어떻게 읽어야만 착오가 없겠습니까?-최유윤-
性命之理, 聖人所罕言, 子貢以下所未得聞者, 則此非初學之求知
者, 而今四子註疏, 擧皆性命說, 初學不可讀此耶? 讀得如何, 可
無差錯?【崔惟允】
[답] 수사(洙泗, 공자)에서 어찌 일찍이 성(性)을 말하지 않았겠습
니까? 날마다 말한 것이 내면의 골자가 아님이 없었습니다. 낙민(洛
閩, 정자와 주자)에서 어찌 꼭 성을 말하려 했겠습니까? 전인의 말씀
을 주해하고 학자가 길을 잘못 드는 것을 방비하기 위해 말을 한 것
입니다.
이제 낙민의 의론을 따라서 문로를 열고 수사의 가르침에 복종하여
실천해 간다면, 이것이 잘 배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후세는 성을 논하
고 이(理)를 논하는 것으로 학문의 구경법으로 삼아 이름을 ‘성리학’이
라고 말하니, 가령 논하는 것이 십분 옳고 합당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이것은 쪼개지 않은 대추를 삼키는 것에 불과하여 실제로는 그 껍데기
성명의……것이니:《논어(論語)》 〈자한(子罕)〉에서는 “공자께서는 이(利)와 명
(命)과 인(仁)을 드물게 말씀하셨다.”라고 하였고, 《논어》 〈공야장(公冶長)〉에서
는 “선생님의 문장에 대해서는 얻어들을 수 있었지만, 성(性)과 천도(天道)에 대한
선생님의 말씀은 얻어들을 수가 없었다.”라는 자공의 말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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