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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사람의 생(生)이란 다만 기화(氣化)의 날에 얻은 것일 뿐이니,
애초에 정신이 태허(太虛) 속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요, 그 죽음에
미쳐서는 기(氣)와 더불어 소멸되니 다시는 형상이 충막한 속에 남
아 있지를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몸은 다만 천지간 만물 속의 한 개
물건으로, 공공(公共)하게 굴신하고 취산(聚散)을 하는 것이니, 어찌
이른바 ‘나’라고 할 것이 있겠습니까? 이미 이른바 ‘나’라고 할 것이
없다면, 일체의 부귀, 빈천, 영욕, 궁달, 안락, 우척(憂戚), 수요(壽
夭), 사생(死生)이 다시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애초에 나
하고 관계가 없고, 나도 그 사이에 간여할 것이 없으니, 그렇다면 천
하에 다시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다만 나의 성(性)에 순응할 따름
입니다. 어떻습니까?-김석귀-
人之生也, 只是得於氣化之日, 初無精神寓於太虛之中。 及其死也,
與氣俱消, 更無形象留於冲漠之內。 然則此身只是天地間萬物中一
箇物, 而公共屈伸聚散者也。 有何所謂我也哉? 旣無所謂我, 則一
切富貴貧賤, 榮辱竆達, 安樂憂戚, 壽夭死生, 更何有於我也? 初
無關於我, 我亦無預於其間。 然則天下更有何事? 但順吾性而已。
【金錫龜】
[답] ‘나’라는 말은 본래 ‘남’에 대하여 이름한 것이니, 대립하는 뜻이
이기게 되면, 반드시 사(私)를 따르고 공(公)을 멸함에 이르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옛사람은 남과 나를 공평하게 함을 도를 보는 큰 단서
로 삼았던 것이다. 이제 논하는 것이 이런 이치는 없다고 할 수 없지
만, 미루어 보길 너무 과하게 하면 지나치게 냉담한 데로 돌아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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