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0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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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장자(莊子)와 석씨(釋氏)로 들어갈까 싶으니, 우리의 성(性)은 또
어느 곳이 안돈할 곳인가? 모름지기 다른 사람과 대립하는 아(我)가
있어서는 안 되지만, 명을 세우는 아도 없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아야 한다.
我之爲言, 本是對人而名, 對立之意勝, 則必至於循私滅公。 故古
人以平物我, 爲見道之大端。 今此所論, 不可謂無此理, 然推之太
過, 恐歸於太冷淡, 轉入莊釋去, 吾性亦何所安頓? 須知對人之我,
不可有也, 立命之我, 亦不可無也。
[문] 저번에 일찍이 ‘탈쇄(脫灑)’에 대해 말씀하신 것을 들었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탈쇄하는 것입니까?-김석귀-
向嘗承敎有脫灑之說, 如何是脫灑?【金錫龜】
[답] 탈쇄란 골몰의 반대말이다. 손발을 붙인 데서 초연하여 외물이
자연스럽게 끌거나 묶지 못하게 되면 탈쇄인 것이다. 나의 몸이 외물
의 얽매임 속에 섞여져서 날마다 더불어 서로 겨뤄 가면, 비록 근근
이 그 자리를 보전하고 있더라도 마음과 힘이 모두 피곤해질 것이다.
이는 골몰함을 면하지 못한 것이다.
탈쇄가 어찌 원하는 욕구가 아니리오마는, 이 탈쇄에 이르는 데는
반드시 근본이 있어야 한다. 오직 이(理)가 밝고 의(義)가 정밀해져
대원(大原)을 훤히 보고, 겸하여 지수(持守)가 순수하고 견고한 뒤에
라야 이 경지를 실로 밟을 수가 있으니, 희망을 한다거나 조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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