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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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을 마시는 자마다 각기 자신의 배를 채우게 하니, 선생의 ‘사람을
가르치되 게을리하지 않는’ 덕이 여기에서 더욱 드러나고, 제자(諸
子)들의 조예(造詣)가 얕고 깊음 또한 이것으로 인해서 알 수 있다.
편집의 의례(義例) 는 정밀하고 상세하며, 문류(門類) 의 차례는
순서가 있어 《주문어류(朱門語類)》 로 하여금 그 아름다움을 독점하
지 못하게 하였으니, 어찌 훌륭하지 않겠는가!
오호라! 선생의 도는 위대하니, 진실로 언어와 문자 사이에 다 있다
고 말할 수는 없지만, 선생의 도를 구하고자 한 자는 반드시 언어와
문자에서 시작하여야만 한다. 가만히 생각건대 원집은 도를 꿰뚫는
대전(大全)이요, 이 《답문류편》은 도를 강명(講明)하는 연수(淵藪)
에 잘 대답하는 자는 종을 치는 것과 같다. 작게 치면 작게 울리고 크게 치면 크게
울린다.[善問者,如攻堅木,先其易者,後其節目.……善待問者,如撞鍾,叩之
以小者小鳴,叩之以大者則大鳴.]”라고 하였다.
강물을……하니:자신의 분수에 따라 모두 원하는 바를 얻게 된다는 말로, 《장자
(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뱁새는 깊은 숲에 둥지를 틀어도 의지한 것은 나뭇가
지 하나에 지나지 않고, 두더지는 강물을 마셔도 제 배를 채우는 데에 지나지 않는
다.[鷦鷯巢於深林, 不過一枝, 鼴鼠飮河, 不過滿腹.]”라고 하였다.
사람을……않는:원문의 ‘회인불권(誨人不倦)’은 《논어(論語)》 〈술이(述而)〉 편
에 나온다. “말없이 기억해 두고 배우기를 싫증 내지 않으며 사람을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 이중에 어느 것이 내게 해당하는가.[默而識之, 學而不厭, 誨人
不倦, 何有於我哉.]”라고 하였다.
의례(義例):저서의 주지(主旨)와 체례(體例)를 말한다.
문류(門類):사물의 특성에 따라 서로 같은 것들을 한 군데로 모은 뒤 이를 분류한
것이다.
주문어류(朱門語類):송대 유학의 집대성자인 주희(朱熹)의 강학 어록집인 《주자
어류(朱子語類)》를 말한다. 모두 140권으로, 1170년부터 1199년까지 근 30년간
97명이 기록한 것인데 그중에는 4명의 무명씨도 있다.
연수(淵藪):사람과 사물이 모이는 곳을 말한다. 물고기가 모이는 곳이 연(淵)이
고, 짐승이 모이는 곳이 수(藪)인데, 바로 귀결처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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