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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과 경전의 오묘한 뜻으로부터 학문을 하는 첩경과 예도(禮道)의

             절문(節文), 그리고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행하는 잠사(蠶絲)와 우모

             (牛毛)  같은 세밀한 것에 이르기까지 구비하지 않음이 없게 되었으며,
             원집에서 상세하게 드러나지 못한 것이 비로소 상세하게 밝혀졌다.

               혹은 활시위를 잡아당길 뿐 활을 쏘지 않고  스스로 깨닫게 하였으

             며, 혹은 그 양단(兩端)을 다 말해 주어  개오(開悟)토록 하였으니,
             각각 그 자질의 높고 낮음과 민첩하고 우둔함을 말미암아 그 병에 따라


             서 약을 처방하였다. 홍종(洪鐘)은 종을 치는 것에 따라 울려 주고,



               회통함을  살펴서  전례를  행하였다.[聖人有以見天下之動,  而觀其會通,  以行其典
               禮.]”라고 하였는데, 그 주석에 ‘회(會)’는 이치가 모여 있어 빠뜨릴 수 없는 곳이고,
               ‘통(通)’은 이치를 행할 수 있어 막힘이 없는 곳이라고 하였다.
               잠사(蠶絲)와 우모(牛毛):누에 실과 쇠털. 곧 매우 복잡하고 정밀한 이치, 또는
               이러한 이치를 자세하게 분석하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노사가 경학과 주자학의
               깊은 의리를 정밀히 탐구하고 분석해 냈다는 뜻이다. 이 말은 원(元)나라 학자 오징
               (吳澄, 1249~1333)이 주희(朱熹)의 〈육선생화상찬(六先生畵像讚)〉을 본떠 주희의
               화상을 그린 후 〈회암선생주문공화상찬(晦庵先生朱文公畵像讚)〉을 지었는데, 거기
               에 “현묘하고 의미한 의리는, 누에 실과 소털처럼 자세히 분석했네. 마음은 넓고
               넓어서, 바다처럼 넓고 하늘처럼 높았네. 호걸스런 재주요, 성현의 학문이었도다.
               경성과 상서로운 구름이요, 태산과 교악이셨네.[義理玄微, 蠶絲牛毛. 心胸恢廓, 海
               闊天高. 豪傑之才, 聖賢之學. 景星慶雲, 泰山喬嶽.]”라고 찬미한 데서 나왔다.
                활시위를……않아:원문의 ‘인이불발(引而不發)’은 《맹자(孟子)》 〈진심장 상(盡
                心章上)〉에 나오는 말로, 남에게 학문을 가르칠 때 단지 공부하는 방법만 가르칠
                뿐 묘처(妙處)는 배우는 자가 스스로 궁리하여 깨닫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양단(兩端)을……주어:종시(終始)·본말(本末)·상하(上下)·정조(精粗)가 빠짐이
                없다는 말이다. 《논어(論語)》 〈자한(子罕)〉 편에 “내가 아는 것이 있느냐? 아는
                것이 없다. 어떤 비루한 사람이 내게 물으면, 그가 아무리 어리석다 해도 나는 그
                양쪽 끝을 따져서 다 말해 주노라.[吾有知乎哉? 無知也. 有鄙夫問於我, 空空如也,
                我叩其兩端而竭焉.]”라고 하였다.
                홍종(洪鐘)은……주고:《예기(禮記)》 〈학기(學記)〉에 “물음을 잘하는 자는 견고
                한 나무를 다듬는 것과 같다. 그 쉬운 것을 먼저 하고 그 절목을 뒤로한다.……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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