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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조급하게 화를 내는 것이 병통이다.’라고 이전에도 일찍이 말
씀을 하셨는데 이제 또 제기하시니, 성격이 편벽된 곳을 고치기 어렵
다는 것이 이와 같다는 것입니까? ‘극기(克己)하면 노(怒)를 다스릴
수 있다.’ 라고 하셨으니 이것이 한 가지 약이요, ‘만약 이와 같음이
병이라는 것을 안다면 곧 이와 같이 하지 않는 것이 약이다.’라고 하
였으니, 이것도 한 가지 약입니다.
무릇 이런 약방문은 노형도 모르는 것은 아니니, 이미 누차 시험하였
을 것이고 한 번만 시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효과가 없었다면
천루한 제가 공(公)을 어떻게 해 줄 수 있겠습니까? 제 소견으로 생각
하기에 형의 이 병이 낫지 않는 것은 지양(持養, 지수함양)하는 쪽에
새는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인정(人情)과 물리(物理)에 헤아림이 익
숙하지 못한 것이 있어서 그런 것입니다.
청컨대 우선 제가 일찍이 경험한 것으로 말해 보겠습니다. 정진(正
鎭)은 성격이 본디 편협하여 아이일 때 같은 또래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뜻에 맞지 않으면 갑자기 머리채를 잡고 뺨을 치곤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화가 나면 갑자기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습니다. 14세가
되어 관례를 치르고[易丱以弁] 처음 처가와 족인(族人, 친척) 집에
출유(出遊)하여, 비로소 머리털 나고 치아를 갖춘 사람들[戴髮含齒]
극기(克己)하면……있다:《근사록(近思錄)》 〈극기〉 편의 정씨유서(程氏遺書)에
서 나온 말이다.
관례를 치르고:20세가 되어 관(冠)을 쓰는 것을 말한다. 《시경(詩經)》 〈보전(甫
田)〉에 “예쁘고 아름다워라, 머리털을 묶어 쌍상투를 틀었네. 얼마 안 있다 만나
보면 불쑥 관을 쓰고 있으리.[婉兮孌兮, 總角丱兮. 未幾見兮, 突而弁兮.]”라고 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머리털……사람들:《열자(列子)》 〈황제(黃帝)〉 편에 “일곱 자의 뼈와 손발이 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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