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7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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爲學固有常法, 而恐別有虛靜明妙之界云云。【尹泰憲】
[답] 천지간에 다만 하나의 선(善)과 하나의 악(惡)이 있으니, 대개
이치에 순하면 선(善)이요, 이치에 배반되면 악(惡)이다. 예를 들어
문을 나서지 않으면 곧 들어간 것과 같아서 다시 다른 일이 없다. 이
른바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우뚝하게 스스로 선에 서서 털끝만 한
불선(不善)도 그 속에 끼어들지 않게 하는 것을 말한다.
가만히 보내온 편지의 뜻을 살펴보면, 항상 인사(人事)와 하학(下
學) 외에 따로 허정(虛靜)과 명묘(明妙)의 경계가 있다고 의심하는데,
이는 아마도 작은 병폐가 아닌 듯하다.
그대에게 권하노니, 우선 이러한 망상을 물리치고 오로지 선악을
분석하는 것으로써 마음을 삼고 그것을 지극히 정밀하게 하여 지켜서
편안한 경지에 이르면, 이른바 허정과 명묘라는 것을 또한 이를 벗어나
지 않고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사정(邪正)의 길이며 생사의 길목이
니, 늙은이의 말이라고 하여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어떠한가?
天地間, 只有一箇善一箇惡。 蓋順理則善, 背理則惡。 如門不出便
모름지기 저 가짜 허정을 타파하여 진짜 허정으로 바꿔야 할 것이니, 그렇게 하면
팔창이 영롱하여 융통하지 않음이 없게 될 것이다. 반면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
가짜 허정을 고수하여 종신토록 깜깜한 어둠 속에서 통효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虛
靜也要識得這物事, 不虛靜也要識得這物事. 如未識得這物事時, 則所謂虛靜亦是箇
黑底虛靜, 不是白底虛靜. 而今須是要打破那黑底虛靜, 換做箇白底虛靜, 則八窓玲
瓏 無不融通. 不然則守定那裏底虛靜, 終身黑淬淬地莫之通曉也.]”라고 하였다.
명묘(明妙):신명묘리(神明妙理). 주희(朱熹)는 치지(致知)의 지(知)에 대해서
“‘지’와 같은 경우는 심(心)의 신명(神明)이니, 중리(衆理)를 묘용하여 만물을 주재
하는 것이다.[若夫知則心之神明, 妙衆理而宰萬物者也.]”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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