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4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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字, 蹊逕在此矣。 若猶以爲未足, 別求蹊逕, 則是騎驢覓驢, 終無
可覓之日矣。 天下雖大, 文字雖繁, 其實惟有一箇是一箇非, 更無
他事。 曰善曰正曰吉, 皆是之別名。 曰惡曰邪曰凶, 皆非之表號。
格物致知, 尋此是也。 誠意正心, 存此是也。 吾之事豈多哉! 孤軍
遇強敵, 舍死向前, 此外豈有他法哉!
[문] 공사선리(公私善利) 네 자에 대해 일찍이 뵙고 가르침을 받았
으니, 감히 힘을 다하지 않겠습니까만, 천지의 사이에 극복하기 어려
운 것이 ‘사(私)’이니, 이를 극복하는 요체는 어디에 있습니까? 백이
(伯夷)는 수양산을 낙지(樂地)로 삼아 죽도록 후회하지 않았고, 증자
(曾子)는 임종 시에 대자리를 바꾸게 하고 말하기를 “나는 바른 도리
를 얻고 죽는다.” 라고 했습니다. 저 또한 진실로 채미(採薇)를 하듯
고궁(固窮) 하고 역책(易簀)을 하듯 도를 지킨다면, 저의 사사로움
을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습니까?-민기용-
공사선리(公私善利):《주자어류(朱子語類)》 권62에 “인을 떠나면 불인이 되고, 의
를 떠나면 불의가 되니, 공과 사, 선과 이가 모두 그렇다.[離了仁便不仁,離了義便
不義,公私善利,皆然.]”라고 하였다.
나는……죽는다:《예기(禮記)》 〈단궁 상(檀弓上)〉에서 증자(曾子)가 임종할 무
렵에 아들 증원(曾元)으로 하여금 계손씨(季孫氏)에게서 받은 대자리를 바꿔 깔도
록 명하면서 “내가 바른 도리를 얻고 죽는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다.[吾得正而斃焉,
斯已矣]”라고 하였다.
고궁(固窮):도의(道義)를 고수하면서 빈궁한 처지를 편안하게 여기는 것을 말한
다.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에 “군자는 아무리 빈궁해도 이를 편안히 여기
면서 도의를 고수하지만, 소인은 빈궁하면 제멋대로 굴게 마련이다.[君子固窮, 小
人窮斯濫矣]”라는 공자의 말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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