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3 - 답문류편
P. 343
면전에 좋은 전지(田地)가 있어서 머리를 숙이고 힘쓸 만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지 않았다면, 필시 감히 이처럼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백성은 날로 쓰면서도 그것이 도(道)인 줄을 알지 못하니, 비록 날마
다 성현의 글을 읽더라도 실제로는 상하 사방이 모두 막연한 허공일
뿐이니, 어찌 하수착근을 논할 것이 있겠는가?
내가 그대를 위하여 꾀하는 것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다만 ‘하수(下
手)’ 위에 ‘실(實)’ 자를 더하고, ‘착근(著跟)’ 위에 ‘뇌(牢)’ 자를 더하고
자 하는 것이니, 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여전히 부족하다고 여겨
따로 길을 찾는다면, 이는 나귀를 타고 나귀를 찾는 격이니, 끝내 찾을
수 있는 날이 없을 것이다.
천하가 비록 크고 문자가 비록 많을지라도 실제로는 오직 하나의
‘시(是)’와 하나의 ‘비(非)’가 있을 뿐 다시 다른 일이 없다. 선(善)이니
정(正)이니 길(吉)이니 하는 것은 모두가 시(是)의 별명이요, 악(惡)
이니 사(邪)니 흉(凶)이니 하는 것은 모두가 비(非)의 표호(表號, 별명)
일 뿐이다.
‘격물치지(格物致知)’는 이 시(是)를 찾는 것이요, ‘성의정심(誠意正
心)’은 이 시(是)를 간직하는 것이니, 나의 일이 어찌 많겠는가? 외로
운 군사가 강적을 만나 죽음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니, 이
밖에 어찌 다른 방법이 있겠는가?
未論餘事, 只下手著跟四箇字, 吾意大段好, 國瑞何處得來? 苟非
的見面前有好田地, 可以屈首著力, 必不敢如此道。 百姓日用而不
知, 雖日日讀聖賢書, 其實上下四方, 皆茫然虛空, 尙何下手著跟
之論? 吾之爲君謀, 不在於他。 但欲於下手上加實字, 著跟上加牢
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