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5 - 답문류편
P. 335
상만사가 모두 나와 상관없게 될 터인데, 이것 외에 어찌 별도로 의
거할 곳이 있겠는가?
存是心以檢其身, 悠悠萬事都不關我, 此外有何別依據處乎?
[문] 입지(立志)는 높이 세우지 않을 수 없으나 하학(下學) 하는 처
음에 힘써 공부하기가 어렵습니다. 대개 뜻을 높이 세운 자는 가까운
일을 가벼이 여기는 경우가 있으니, 가까운 일을 가벼이 여기는 자는
요체를 아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 마땅히 《소학(小學)》 에 종사해
야 하지만, 그러나 이와 같이 한다면 또한 흉금이 탁 트이지 못하고
학문의 진전도 넓지 못할 것입니다.-정면규-
하학(下學):하학인사(下學人事). 《논어(論語)》 〈헌문(憲問)〉에서 공자는 “나는
하늘을 원망하지도 않고 사람을 탓하지도 않는다. 아래로는 인간의 일을 배우고
위로는 하늘의 이치를 통달했으니, 나를 알아주는 자는 아마도 하늘뿐일 것이다.[不
怨天, 不尤人. 下學而上達, 知我者, 其天乎.]”라고 하였다.
가까운……아닙니다:《주역전의(周易傳義)》 서문을 정이(程頤)가 썼는데, 그 속
에서 “잘 배우는 자는 말(글)의 뜻을 찾기를 반드시 가까운 데에서 하니, 가까운
것을 쉽게 여기는 자는 말(진리)을 아는 자가 아니다.[善學者, 求言必自近, 易於近
者, 非知言者也.]”라고 하였다.
소학(小學):‘소자지학(小子之學)’ 또는 ‘소인지학(小人之學)’의 줄임말로, 대학
(大學)이 ‘대인지학(大人之學)’을 뜻하는 것과 상대되는 말이다. 곧 《대학》은 성인
의 학문으로 수기(修己)와 치인(治人)에 관한 내용이 포괄되어 있지만, 《소학》은
소자 곧 어린이가 익혀야 할 수기와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엮어져 있다.
정면규(鄭冕圭):1850~1916. 자는 주윤(周允), 호는 농산(農山), 본관은 초계(草
溪)이다. 아버지는 방찬(邦纘)으로, 합천군 삼가면 묵동에서 살았다. 종형(從兄)인
정재규에게 수학하였고, 그를 따라 기정진의 문하에도 나아가 수학하였다. 유집으
로 《농산문집(農山文集)》 15권 8책이 있다.
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