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出言行事, 不能無動於傍人之愛憎。【金致熙】
[답] 우리들이 말을 하고 일을 하는 것은 성분(性分) 안의 일이지,
옆 사람의 애증과는 전혀 털끝만큼도 상관이 없는 일이다. 초목에 꽃
이 피고 잎이 무성해지는 것이나 솔개가 날고 고기가 뛰는 것이 어찌
일찍이 사람에게 좋다고 말해 달라고 했겠으며, 또 어찌 일찍이 사람
이 좋지 않다고 함을 피하려 했겠는가?
사람도 진정 이와 같아야 한다. 다만 마음에 가려짐이 있어서 본분을
잃어버릴까 두렵기 때문에 학문을 하여 밝히는 것이다. 만약 남과 나에
게 나아가 괴롭게 계교(計較)를 해 가다 보면 도리어 점점 본원과 떨어
질까 두렵다.
吾人出言行事, 是性分內, 與傍人愛憎, 了無絲毫干涉。 草木之開
花敷葉, 鳶之飛魚之躍, 何嘗要人道好, 又何嘗避人道不好? 人正
欲其如此, 只怕心有所蔽蹉失本分, 故學以明之。 若就人己上, 苦
苦筭來筭去, 却恐漸離本源也。
[문] 지금 장차 벼슬살이를 위해 서울에 올라가려고 하니, 가르침을
한마디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기양연-
기양연(奇陽衍):1827~1895. 초명은 행연(行衍), 자는 자민(子敏), 호는 백석(柏石)
이다. 금강(錦江) 기효간(奇孝諫)의 후손으로, 아버지는 윤진(允鎭)이고, 어머니는
반남 박씨(潘南朴氏) 종한(宗漢)의 딸이다. 장성 황룡면 아곡리 하남마을에서 태어났
다. 종숙부인 노사의 문하에 들어가 수학하였다. 1867년(고종4)에 문과에 급제하여
전적, 정언, 예조 정랑을 하루에 제수받았으며, 1878년에 다시 장령을 거쳐 부교리·
부수찬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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