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8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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朱子曰, “大要須先立頭緖, 頭緖旣立然後, 有所持守。” 又曰 “如今
學問, 未識箇入路, 就他自做倒不覺。 惟其識得箇入頭, 却事事著
實。” 頭緖與入路, 前日未嘗講究, 而今思之, 則吾東先正所編, 退
溪之《聖學十圖》, 栗谷之《要訣》十章是也。【金錫龜】
[답] 두 현인의 십도(十圖)와 요결(要訣)을 이처럼 의미를 음미해
낸 것은 실로 좋다. 다만 주자가 말한 ‘두서입로(頭緖入路)’ 넉 자를
이로써 해당시키려 한다면 맞지 않은 것 같다. 대저 ‘두서’란 말은 ‘단
서’란 말과 같으니, 단서를 여는 최초에 손쓸 곳을 말한 것이다. ‘입
로’의 뜻도 또한 그렇다. 이는 반드시 지극히 간략하고 지극히 친절
(親切)하여 마치 손을 뒤집고 문을 여닫듯 구체적인 광경이어야 하는
것인데, 만약 십도나 십결로 맞춘다면 도리어 넓고 멀어져서 마치 시
장에 들어가 보물을 구경하는 것 같다. 내 뜻이 이러하니 다시 생각
해 보라.
兩賢圖訣, 如此咀嚼出意味固善。 但朱子頭緖入路四字, 欲以此當
之, 恐不襯著。 蓋頭緖云者, 如云端緖, 開端最初下手處之謂也。
入路之意亦然, 是必有至簡約至親切, 若翻覆手開闔戶的光景, 若
以十圖十訣當之, 則反浩浩茫茫, 如入市觀寶。 吾意如此, 更思之。
마치……같다:구체성이 없다는 뜻이다. 홍대용(洪大容)의 《담헌서(湛軒書)》 외집
(外集) 권9 〈연기(燕記)〉 ‘유리창(琉璃廠)’에 “길을 따라 서서히 걸어가면 마치 페르
샤[波斯]의 보물 시장에 들어간 것처럼 그저 황홀하고 찬란하기만 해서 종일 다녀야
물건 하나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다.[遵道徐步, 如入波斯寶市, 只見其瓌然爛然而已,
終日行不能鑑賞一物也.]”라는 내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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