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8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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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가 답하기를 “정자(程子)가 말한 이러한 운명은 기분(氣分)

             으로 말한 것이고, 성현이 그 도(道)를 다하는 것은 그 성분(性分)상
             의 일을 다하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혹자가 묻기를 “그렇다면 천명(天命)은 천명대로 인사는 인사대로
             인데, 정자(程子)가 ‘성인이 천명을 알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인사(人事)에 있어서 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이 말은 옳지 않다.’라
             고 한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답하기를 “혹 천명이 이와 같으면 성인이 순응하여 행하

             는 수도 있고, 혹 성현이 도(道)를 다하면 천명이 감응하는 수도 있다.
             천명과 인사는 항상 하나로 합하여 틈이 없으니, 어찌 천명이 저렇게

             위에서 운행하는데 인사는 이렇게 아래에서 아무렇게나 행해질 이치가

             있겠는가? 진실로 성쇠 흥망이 모두 정해진 분수가 있으니, 성인은
             그 성(性)을 다하기를 구하되 천명에만 맡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주자

             도 또한 말하기를 ‘만약 이미 천명이 저와 같은 줄을 알고서도 우선
             그 인사를 이와 같이 다할 뿐이라고 한다면, 이는 천명과 인사가 판연

             (判然)히 두 가지 물건이 된다.’라고 하셨다.”라고 했습니다. 어떻습니
             까?-김석귀-




             或問 “伊川曰 ‘孔子旣知桓魋不能害己, 又却微服過宋, 舜旣見象之
             將殺己,  而又象憂亦憂,  象喜亦喜。 國祚長短,  自有命數,  人君何

             用汲汲求治?  禹稷救飢溺者,  過門不入。  非不知飢溺而死者自有
             命, 而又却救之如此其急, 數者之事, 何故如此? 須思量到道並行

             不相悖處可也。’  聖人旣知有命矣,  又爲之如此,  其義何也?”  曰“程

             子所言此等之命,  以氣分言之。 聖賢之盡其道,  盡其性分上事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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