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5 - 답문류편
P. 315

그러나 ‘이정(利貞)’이라고 말하였지 ‘이부정(利不貞)’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니, 이는 같지 않은 가운데 같은 점입니다. 그 같고 그 다름이
                 하늘로부터 말하면 두 개의 명(命)이 있는 것이 아니고 함께 내려온

                 것입니다. 함께 내려온 것이 무엇입니까? 이(理) 밖에 명이 없으니
                 천차만별이 하나의 ‘이(理)’ 자일 뿐입니다.

                   사람으로 본다면 피차가 서로 마주 서고 득실이 서로 나타나니, 이에
                 이(異)의 일변(一邊)을 기(氣)로 돌리고 이것이 ‘기를 가리켜 말한다.’

                 라고 하며, 동(同)의 일변(一邊)을 이(理)로 돌리고 이것이 ‘이(理)를

                 가리켜 말한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실상은 어찌 기 밖에 이(理)가
                 있으며 이(理) 밖에 기가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나의 몸을 편히 하고 명을 세우는 데 그런 곳이 없음을

                 염려하지 않습니다. 저 괘(卦)마다 같지 아니하고 효(爻)마다 다른
                 것을 내가 어찌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정(貞)함이 이롭고 정하지 아니

                 함이 이롭지 아니하니, 내가 마땅히 나의 힘을 다해야 할 바가 아니겠
                 습니까?



                 命字之實, 老兄旣讀《易》, 何不考之於《易》乎? 吉凶憂虞, 卦卦不

                 同,  爻爻各異。 雖聖人,  不能使八卦皆火天地山,  坤六爻皆含章黃

                 裳, 此豈非命? 然而言利貞, 未有言利不貞, 此不同中之同也。 其
                 同其異,  自天言之,  則非有兩箇命,  一滾下來焉爾。  一滾者何物?

                 理外無命,  千差萬別,  一理字而已。 自人觀之,  則彼此對立,  得失
                 相形。  於是以異一邊歸之於氣,  謂之指氣而言,  同一邊歸之於理,

                 謂之指理而言,  其實豈有氣外之理理外之氣也!  然則吾之安身立

                 命, 不患其無地矣。 彼卦卦不同, 爻爻各異者, 吾無如之何矣。 利



                                                                           315
   310   311   312   313   314   315   316   317   318   319   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