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或曰  “然則天命自天命,  人事自人事,  程子以‘聖人非不知命,  然于
                 人事, 不得不盡, 爲未是’者, 何也?” 曰 “或有天命如此, 而聖人順

                 而行之者,  或有聖賢盡道,  而天命感而應之者。 天命人事,  常合一

                 而無間, 安有天命如彼自運於上, 人事如此謾行於下之理? 固知盛
                 衰興亡,  皆有定分,  聖人求盡其性而不委之於命也.  故朱子亦曰,

                 ‘若曰已知天命之如彼, 而姑盡其事之如此, 則是乃天命人事判然二
                 物。’”【金錫龜】




                 [답]  길흉과 성패가 실로 정해진 운명이 있는 것이지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나는 나의 분수 내의 일만 닦아도 날이 모자라는데

                 어찌 천명을 생각할 겨를이 있겠는가? 천지도 사람을 위해 도모해

                 줄 수가 없는 것인데, 사람이 어떻게 하늘을 위해 도모할 수가 있겠
                 는가? 하물며 천명이란 머리를 감추고 있는 것이어서, 아무리 역산

                 (曆算)이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미리 헤아릴 수 없는 것이요, 성분(性
                 分)의 실리는 심령(心靈) 속에 환히 드러난 것이니, 저 머리를 감추

                 고 있는 길흉을 끌어다가 나의 환하게 드러난 심령을 속이면 되겠는
                 가?

                   그래서 일이 닥치면 의(義)를 논하고 일이 지나면 바야흐로 명(命)

                 을 논하는 것이니, 일이 지나기 전에 명을 논하는 것은 크게 혼란을
                 일으키는 길이다. 그대의 말이 대개는 옳지만 주된 뜻이 항상 천도(天

                 道)와 인심(人心)이 합쳐서 하나로 하려고 하기 때문에 끝내는 지리(支

                 離)하고 구차하게 되는 것이다.



                 吉凶成敗, 固有定命, 而干我何事? 己修己分事, 日不暇給, 奚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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