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臟)에서부터 밖으로 백체(百體)에 이르기까지 한 가지도 질(質)이 아

                 닌 것이 없으며, 형질의 내면에 오르내리고 유통하는 것이 한 가지도
                 기(氣)가 아닌 것이 없다. 그러므로 기질을 말하면 일신(一身)이 모두

                 들어간 것이요, 몸을 두르고 있는 기질을 제거하면 이 몸도 없게 된다.
                 이 몸이 없으면 이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 몸도 없고 이 사람도 없다면,

                 또 어디에 이 심(心)이 있겠는가?
                   또한 이른바 ‘심(心)의 기질’이란 어떤 것인가? 의서(醫書)에서 말하




                 는 ‘칠규(七竅)’ 와 ‘오규(五竅)’ 와 ‘아직 피지 않은 연꽃[未敷蓮花]
                 등을 말한 것인가? 만약 몸을 두르고 있는 기질을 혈육의 덩어리라고
                 한다면, 저것은 유독 혈육의 덩어리가 아니겠는가?

                   ‘기(氣)’란 것은 사람 몸의 양(陽)이고, ‘질(質)’이란 것은 사람 몸의

                 음(陰)이다. 음양이 순수하고 잡스러움이 없으며 맑고 탁함이 없으면,
                 그 정영(精英)의 발함이 반드시 밝게 빛나게 된다. 하지만 뒤섞이고

                 혼탁한 것은 이와 반대가 되니, 현명함과 어리석음이 진실로 여기에
                 달려 있다.

                   동유(東儒)가 몸을 두르고 있는 기질을 도외시하고 따로 심(心)의



                    칠규(七竅):사람의 얼굴에 있는 일곱 개의 구멍으로, 곧 양쪽 귀, 양쪽 눈, 양쪽
                    콧구멍, 입 등을 말한다. 《사기(史記)》 〈은본기(殷本紀)〉에 “비간(比干)이 강하게
                    간언하자, 주(紂)가 노하여 말하기를 ‘내 듣건대 성인은 심장에 일곱 구멍이 있다.’
                    고 하며 마침내 비간의 배를 갈라 그 심장을 꺼내 보았다.[比干强諫, 紂怒曰‘吾聞,
                    聖人心有七竅.’ 遂剖比干, 觀其心.]”라고 하였다.
                    오규(五竅):인체의 눈[眼]‧혀[舌]‧입[口]‧코[鼻]‧귀[耳]를 말한다.
                    아직……연꽃:원문의 ‘미부연화(未敷蓮花)’는 심장의 형상을 나타낸 말이다. 《내
                    경주(內徑註)》에 “심장의 형태는 아직 피지 않은 연꽃과 같고, 가운데에 9개의 구멍
                    이 있어 천진(天眞)의 기운을 끌어당기니, 신(神)의 집이다.[心形如末敷蓮花, 中有
                    九空, 以導引天眞之氣, 神之宇也.]”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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