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0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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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육의 덩어리일 뿐이니 멍청하게 무지하고 어리석을 뿐이다. 이 밖에

             따로 심(心)의 기질이 있으니 바로 현명하거나 어리석음이 관계되는
             바이다.”라고 여겨서 말했을 뿐이다. 그래서 이 말을 항상 해괴하게

             여기며 “이 노선생이 ‘기질’이란 두 자의 본지를 몰랐을 뿐만 아니라,

             아울러 심(心)이 어떤 것인지도 몰랐다.” 라고 생각하였다.
               무릇 이른바 ‘심(心)’이란 무엇인가? 바로 일신의 정영(精英)이다.

             ‘신(身)’이란 무엇인가? 바로 기질이 뭉쳐 모인 것이다. 안으로 오장(五



                類)〉에서 정이(程頤)는 “성(性)은 하늘에서 나오고, 재(才)는 기(氣)에서 나온다.
                기가 맑으면 재가 맑고, 기가 탁하면 재가 탁하다. 재에는 선과 불선이 있으나 성
                (性)에는 불선이 없다.[性出於天, 才出於氣. 氣淸則才淸, 氣濁則才濁. 才則有善有
                不善, 性則無不善.]”라고 하였는데, 주희는 이에 대해 “맹자는 오로지 성(性)에서
                나오는 것만을 가지고 말했기 때문에 재(才)에는 불선이 없다고 하였지만, 정자(程
                子)는 기(氣)에서 받은 것까지 합쳐서 말했기 때문에 사람의 재질(才質)에 원래
                어둡고 밝은 것과 강하고 약한 차이가 있게 되었다고 한 것이니, 장재(張載)가 말한
                기질지성(氣質之性)이 바로 이것이다.[孟子專以其發於性者言之, 故以爲才無不善.
                程子兼指其稟於氣者言之,  則人之才質固有昏明强弱之不同,  張子所謂氣質之性是
                也.]”라고 하였다. 참고로 기질지성은 본연지성(本然之性)에 상대되는 개념인데,
                본연지성은 이(理)에서 나오는 까닭에 순일무잡(純一無雜)하고 적연부동(寂然不
                動)한 반면에, 기질지성은 기(氣)에서 나오는 까닭에 기의 청탁(淸濁)과 후박(厚
                薄)에 따라 사람의 성(性)에도 선악(善惡)과 현우(賢愚)의 차별이 있게 된다고
                한다.
                이 노선생이……몰랐다:여기에서 ‘노선생’은 남당 한원진(韓元震, 1682~1751)을
                가리킨다. 그는 성삼층설에 입각하여 성을 인간과 사물이 같은 초형기(超形氣)의
                성, 인간과 사물이 다른 인기질(因氣質)의 성, 인간과 인간이 서로 다른 잡기질(雜
                氣質)의 성으로 구분하여 파악하였다. 또한 성은 이(理)가 기질 속에 내재된 뒤에
                말해질 수 있는 개념이라는 이이(李珥)의 생각을 계승하여, 인성과 물성은 기질을
                관련시키는 인기질의 차원에서 비교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고, 이와 같은 사고를
                바탕으로 인성과 물성은 다르다는 주장을 전개하였다. 그는 미발심체(未發心體)의
                문제에 관한 논쟁에서도 미발의 심체는 본래부터 선하다고 주장하는 이간(李柬)과
                는 달리, 미발의 심체에도 선악의 가능성이 공재하는 것으로 파악하여 미발심체유
                선악설(未發心體有善惡說)을 주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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