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3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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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 를 붙임
〈偶記〉附
사단(四端)과 칠정(七情)은 두 가지 정(情)이 아니고, 이기(理氣)가
서로 발함이 없다는 것은 여러 선생들이 논한 바가 적연(的然) 하여
의심할 것이 없다. 다만 이것으로 인연하여 아울러 《주자어류(朱子語
類)》의 ‘이발(理發)’과 ‘기발(氣發)’의 두 구절 을 바로 기록의 착오
라고 한다면, 혹 과중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사람이 말을 탄다[人騎馬]’는 설로 미루어 보면, 말이 사람의
뜻을 분명하게 알고 궤도(軌道)대로 나간다면 사람이 나간다고 해야
하니, 반드시 사람의 발로 걸어간 연후에야 사람이 나간다고 말할 필요
는 없다. 말이 혹 사람의 통제를 받지 않고 멋대로 날뛰어 옆길로 나간
다면 말이 달린다고 해야 하니, 사람이 말 위에 있다고 해서 말이 달린
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기(偶記):《노사선생문집(蘆沙先生文集)》 권16 〈잡저(雜著)〉에 실려 있다.
적연(的然):밝게 드러나다, 곧 선명한 모양을 말한다. 《중용장구(中庸章句)》 제
33장에 “《시경》에 ‘비단옷을 입고 홑옷을 덧입는다.’ 하였으니, 이는 문채가 너무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자의 도(道)는 어두운 듯한데 날로
빛나고, 소인의 도는 밝은 듯한데 날로 없어진다.[詩曰‘衣錦尙絅’, 惡其文之著也.
故君子之道, 闇然而日章, 小人之道, 的然而日亡.]”라고 하였다.
주자어류(朱子語類)의……구절:주희가 말한 ‘이발(理發)’과 ‘기발(氣發)’설을 말
한다. 《주자어류》 권53에 “사단(四端)은 이(理)가 발한 것이고, 칠정(七情)은 기
(氣)가 발한 것이다.[四端是理之發 七情是氣之發]”라고 하였는데, 사단은 사람의
본성인 인의예지(仁義禮智)에서 우러나오는 측은지심(惻隱之心)·수오지심(羞惡
之心)·사양지심(辭讓之心)·시비지심(是非之心)을 말하고, 칠정은 사람의 일곱 가
지 감정인 희로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欲)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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