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9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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七情是《禮記》說。 記禮者偶然拈出如此, 遂成後世鐵案, 非若仁義
禮智之來歷消詳, 增減不得也。
[문] 사단과 칠정은 똑같이 심(心)에서 발한 것인데, ‘단(端)’은 사
(四)로 말하고, ‘정(情)’은 칠(七)로 말한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안
달삼-
四端七情, 同是心之發, 端以四言, 情以七名。【安達三】
[답] 사(四)와 칠(七)이 비록 똑같이 수목(數目)이지만, 사덕(四德)
의 ‘사’와 칠정(七情)의 ‘칠’은 그 내력과 경중이 크게 같지 않다. 사는
천지의 원화(元化) 에서 나온 것이니 하나가 둘을 낳고 둘이 넷을
낳아 온 것이며, 《주역》과 《홍범》이 이 이(理)가 아닌 것이 없다. 칠
은 날로 행하는 인사(人事)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하나하나 세다가
우연히 칠로 채워진 것이다. 만약 궁구해서 말하자면 칠에만 그친 것
이 아니다.
그러므로 의서(醫書)에서는 ‘희노우사비경공(喜怒憂思悲驚恐)’으로
칠정을 삼았고, 석씨(釋氏) 또한 별도로 칠정의 명목(名目)을 두었으
니, 애초에 《예기》에서 말한 칠정에 그치지 않은 것이다. 어찌 사(四)
와 칠(七)로 똑같이 수목(數目)을 삼아 섞어서 논할 수 있겠는가? 생각
건대 정(情)을 칠로 이름 지었으나, 사실은 희(喜)와 노(怒) 양단에
불과하다. ‘애구오(哀懼惡)’는 모두 노이고, ‘애욕(愛欲)’은 모두 희이
원화(元化):조화(造化) 또는 천지(天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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