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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동(同)하리라.”라는 내용이다. 이 말을 외면(外面)만 언뜻 보면,
자못 ‘사슴 곁에 있는 것이 노루이고, 노루 곁에 있는 것이 사슴이다.’
는 말과 같지만, 실은 도리의 근원을 물샐 틈이 없이 말한 것이다.
이천(伊川) 선생의 ‘이일분수(理一分殊)’ 네 글자가 이 공(公, 임성주)을
힘입어 일맥이 동방에 떨어지지 않았는가 싶다. 그러나 그 전서(全書)
를 얻어서 참고해 볼 수 없는 것이 한스럽다.
각기 하나의 성(性)이 이미 초연하니 各一其性已超然
어찌 일찍이 별도의 상층이 있으리오 何曾別有更上巓
다만 이와 분을 서로 들이지 못한 것으로 인해 只緣理分不相入
애써 하늘 밖의 하늘을 찾는구나 費力尋求天外天
각기의 본연이 하나의 본연이니 各本然是一本然
기질을 가지고 편전을 가리지 말라 莫將氣質掩偏全
이에 원래 분이 없다고 말한다면 若言此理元無分
만화 생성이 모두 다른 하늘이라네 萬化生成摠別天
사슴……사슴이다:왕방(王雱, 1044~1076)이 한 말이다. 왕안석(王安石)의 아들
로 자는 원택(元澤)이며, 임천(臨川) 사람이다. 아버지를 도와 《삼경신의(三經新
義)》를 찬술하였고, 저서에 《노자주(老子注)》, 《시의(詩義)》 등이 있다. 왕방이
어렸을 때 한 마리의 노루와 한 마리의 사슴이 한 우리 안에 있었는데, 손님이 어느
것이 노루인가를 묻자, 왕방이 실은 알지 못했는데 오래 있다가 말하기를, “노루
곁에 있는 것이 사슴이고, 사슴 곁에 있는 것이 노루입니다.”라고 했다고 한다.[雱數
歲時, 有一獐一鹿同籠, 客問何者獐, 何者鹿, 雱實未識, 良久曰, “獐邊者鹿, 鹿邊者
獐”] 《語類》
각기의……하늘이라네:이 작품은 〈납량사의(納凉私議)〉를 짓고서 쓴 시이다. 기
정진은 그의 나이 46세 때인 1843년(헌종9) 여름, 남암(南庵)에서 〈납량사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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