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4 - 답문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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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만 ‘물(物)이 어찌 온전히 할 수 있겠는가.’라고만 했지, ‘물(物)은

             참여하지 못한다.’라고 하지는 않았으니, 이것 또한 인과 물이 오상을
             함께 했다는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옛사람들이 말을 만들어 물건의 이름을 지은
             것은 각각 본뜻이 있다. ‘인의예지(仁義禮智)’란 네 글자의 본뜻은 분명

             사람으로 인하여 이름 지어진 것이다. 예컨대 ‘사람의 도를 세운 것을


             인(仁)과 의(義)라고 한다.’ , ‘인이란 사람이다.’ , ‘인은 사람의 마음

             이요, 의는 사람의 길이다.’  등의 인(人) 자를 만약 ‘만물’이란 글자로
             대치한다면, 바로 합당하지 않으니, 여기에서 네 글자의 본지가 사람으
             로 인하여 이름 지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괘문언전(乾卦文言傳)〉과 〈무망대상전(无妄大象傳)〉 및 《중용




                고 기(氣)는 형이하이다. 사람과 물이 태어날 때에 성(性)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
                가 없으며, 또한 기(氣)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없다. 그러나 기(氣)로써 말한
                다면, 지각과 운동은 사람과 물이 다르지 않은 듯하지만, 이(理)로써 말한다면,
                인의예지의 본성을 받은 것을 어찌 물이 얻어 온전히 할 수 있겠는가. 이는 사람의
                성(性)이 불선함이 없어서 만물의 영장이 되는 이유이다.[性者, 人之所得於天之理
                也, 生者, 人之所得於天之氣也. 性, 形而上者也, 氣, 形而下者也. 人物之生, 莫不有
                是性, 亦莫不有是氣. 然以氣言之, 則知覺運動, 人與物若不異也. 以理言之, 則仁義
                禮智之稟, 豈物之所得而全哉? 此人之性所以無不善而爲萬物之靈也.]”라고 하였다.
                사람의……한다:《주역(周易)》 〈설괘전(說卦傳)〉에 “하늘의 도(道)를 세움은 음
                (陰)과 양(陽)이요, 땅의 도를 세움은 유(柔)와 강(剛)이요, 사람의 도를 세움은
                인(仁)과 의(義)이니, 삼재를 겸하여 두 번 하였기 때문에 역(易)이 여섯 번 그어서
                괘(卦)가 이루어진다.[立天之道曰陰與陽, 立地之道曰柔與剛, 立人之道曰仁與義,
                兼三才而兩之, 故易六畫而成卦.]”라고 하였다.
                인이란 사람이다:《맹자(孟子)》 〈진심(盡心)〉에 나온다.
                인은……길이다:《맹자(孟子)》 〈고자 상(告子上)〉에 “인(仁)은 사람의 마음이요
                의(義)는 사람의 길이다. 학문의 길은 다른 것이 없다. 자기가 놓친 마음을 찾는
                것일 뿐이다.[仁人心也, 義人路也, 學問之道無他 求其放心而已矣.]”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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